(서울일보/고영준 기자)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외압 의혹을 조사해 온 특별검사팀이 11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12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공개하며, 공소사실에 따라 일부 피의자들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용서류무효 등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소는 사건 발생 이후 약 2년 4개월, 특검 출범 후 142일 만에 이뤄졌다.

이번에 기소된 인사에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 정부·군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특검은 이들에게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허위·위작 공문서 및 전자기록 행사, 모해위증,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공소사실을 적용했다며, 각각의 관여 정황은 재판에서 다퉈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이 제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이 초동 조사에서 임성근 전 1사단장을 포함한 지휘부 상당수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특정해 상신하는 과정에서, 결재 및 대외 설명 준비까지 진행됐으나 이후 보고 체계 내 논의와 기관 간 협의 등을 거치며 수사 방향과 결과가 변경됐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겼다. 특검은 이 과정이 군사경찰의 수사 절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개별 피의자의 책임 여부는 향후 재판을 통해 최종 판단될 예정이다. 또한 일부 피의자들에 대해 항명·명예훼손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을 검토해 공소사실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번 외압 의혹 본건 외에도 남은 사안들을 처분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이종섭 전 장관의 해외 대사 임명·출국 과정의 적정성 검토, 공수처의 채 상병 사건 처리 과정과 관련된 내부 의사결정 절차 조사,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및 관련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법적 판단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구명로비 의혹 관련 인물들에 대해선 입건되지 않아 본 처분에서는 제외됐으며, 사실관계가 필요한 부분은 재판 중 증인신문 등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법리 판단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우선 대통령과 장·차관의 지휘·감독 권한 행사 범위가 군사경찰의 개별 사건 수사에 어느 수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 경계가 첫 번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회 제출 문서나 부처 홈페이지 공지 등 공식 기록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고 특검이 주장하는 부분이 공용서류무효, 허위공문서 작성, 공전자기록 위작 등 혐의와 어떻게 연관될지도 공방 대상이다. 아울러 초동 수사 결과 변경 과정이나 수사 기록 회수 절차, 항명 사건 재판 진행 등이 공소권 남용 또는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재판부 판단을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공수처 사건 처리와 관련해선 최근 전직 부장검사 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사실관계와 법리 해석은 재판에서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임성근 전 사단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돼 12월 4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외압 의혹 수사 본건은 이번 기소로 최고위 의사결정 라인까지 포함한 다자 구조의 공판 체제로 진입하게 됐다. 특검은 수사 기간 종료를 앞두고 남은 사안들을 순차적으로 종결하고, 기소된 사건들에 대해선 공소유지 중심의 체제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군사경찰 수사의 독립성, 행정부 고위 라인의 지휘권 범위, 공문서 작성·게시 과정의 법적 책임 등 폭넓은 쟁점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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