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내란특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 이미징 파일을 확보해 검사 파견 지시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 발부 영장에 따라 해병특검이 보관 중이던 자료를 압수 집행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법무부 간부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이나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앞서 내란특검은 법무부와 대검 등을 압수수색했고, 교정본부 지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교정기관 관계자들까지 줄소환하며 박 전 장관의 의사결정 흔적을 다각도로 추적하고 있다.

해병특검 수사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다섯 번째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사건 초기 보고·지시 라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VIP 격노 인지 경위와 시점을 포함해 진술과 전자기록의 정합성을 집중 점검 중이다. 같은 날 국방부 대변인 전하규가 참고인으로 불려 나와 2023년 8월 회의 진행과 당시 정보 공유 범위를 추가로 확인받았다. 특검은 국방부 검찰단 과학수사과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포렌식 이미지와 통신 로그를 대조해 누락·공백 구간이 있는지 재검토하고 있다.

수사 외곽의 외교·법무 라인 소환 일정도 구체화됐다. 해병특검은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다음 주 잇달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귀국·사임으로 이어진 전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심사 방식과 속도, 출국금지 요청의 존재와 처리 경위, 대사 임명 결정과 형사 절차의 충돌 여부가 점검 대상이며, 필요하면 당시 실무 결재선과 전자결재 기록, 출입국 이력까지 한 축으로 엮어 타임라인을 압축하겠다는 기조다. 특검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조사도 예고해, 청와대·법무부·외교부로 이어지는 보고·협의 라인의 실체를 문서와 물적 증거 중심으로 확인하려 하고 있다.

입법부에서도 관련 제도 논의가 가동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내란특별법 심사에 착수했고, 전담재판부 구성과 운영 방식 등을 놓고 쟁점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소위는 23일 다시 회의를 열어 세부 조항을 논의할 계획이며, 특검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집중 심리를 위한 재판 지원 장치가 핵심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두 특검의 증거 흐름은 점차 하나의 시간축으로 수렴하는 양상이다. 내란특검이 해병특검으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이미징 파일과 회의·보고 문서, 통신 기록이 서로 맞물리면, 검사 파견 검토와 군 수사 지휘, 외교 인사 결정이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연결됐는지 보다 선명해진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성립 여부는 수사조직의 권한 행사에 실질적 제약이 있었는지로 가려지고, 범인도피 적용 여부는 외교 인사와 출국 절차가 수사 회피 효과를 낳도록 설계·집행됐는지에 달려 있다. 특검은 포렌식 원본과 회복 데이터, 전자결재 로그, 출입국 기록, 항공권·숙소 예약 내역 등 객관 자료를 겹치며 모순과 공백을 좁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기록과 진술의 일치다. 보고 시각, 결재선, 회의 참석자, 통신 로그, 출입국 이력이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설명되면 소환 범위 확대와 사법처리 수순이 빨라진다. 반대로 어느 한 지점에서 타임라인이 어긋나거나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한 공백이 드러날 경우, 압수수색 범위와 소환 대상은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사건의 출발점이 순직 장병의 사망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신속함보다 설득력 있는 결론과 재발 방지책이 우선이다. 수사외압 의혹의 진상 규명과 함께, 수사 이첩·재이첩 기준의 명문화, 외교 인사와 형사절차 충돌을 막는 사전 검토 의무, 군·행정 라인의 전자기록 보존 의무 강화 같은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국민 신뢰가 복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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