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해병특검이 ‘윗선’ 의사결정 라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17일 참고인으로 불러 주호주대사 임명·출국·귀국 과정 전반과 당시 대통령실·국방부 보고·지시 흐름을 확인한다. 같은 축에서 특검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해 기록 회수·수사 외압 의혹의 관여 여부, 초기 판단 변경 경위를 문서·통신 기록과 대면 진술로 대조 중이다.

외곽 인사들에 대한 조치도 이어진다. 국방부는 사건 초기부터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된 임기훈 국방대 총장을 직무정지했다. 특검은 이 조치와 별개로 전·현직 지휘부의 결재선과 보고 라인을 재정리해 책임선을 세밀히 확인하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의 측근으로 지목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에 대해서도 11·12일 연속 소환을 예고, 당시 장관실과 실무 라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집중 점검한다.

교계 채널 수사도 속도를 낸다. 특검은 임성근 전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에게 내일(11일) 출석을 재통보했다. 김 이사장 측은 조사 범위 특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은 불출석 시 후속 절차를 검토하면서, 통화·면담 기록과 전자기기 포렌식 결과, 일정·동선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접촉 목적과 실제 영향도를 확인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군사 사법라인 실태도 재점검하고 있다. 군검찰이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에 대해 체포 영장을 두 차례 청구·시도했던 사실을 확인, 당시 혐의 구성과 영장 판단의 적정성, 외부 영향 개입 여부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아울러 ‘멋쟁해병’ 관계자들에 대한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수사도 병행해 이번 주부터 피의자 신분 소환을 이어갈 방침이다. 청문·국감 발언과 객관 증거의 정합성을 대질 중심으로 가려 공소 유지의 토대를 다진다는 구상이다.

이번 전방위 조치는 사건의 세 갈래 축을 한 지도 위에 올려놓는 작업이다. 첫째, ‘임명→출국→귀국’으로 이어진 고위직 인사·외교 결정의 통상성과 적법성. 둘째, 기록 회수·영장 청구·체포 시도 등 수사·사법 절차의 독립성과 정당성. 셋째, 교계 등 비공식 네트워크의 접촉이 제도권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특검은 압수물 포렌식, 결재·보고 문서, 통신·면담 기록, 현장 지휘일지·무전 로그 등을 교차 대조해 지시–집행–사후 처리 전 과정을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의 특검 정국 변화도 변수다. ‘3대 특검’ 추진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수사기간·인력, 재판 공개 범위, 미종결 사건의 이관·지휘 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 공개성 확대와 피고인 방어권의 균형, 상급기관의 지휘 한계 설정은 향후 공판 전략과 재판 운영에 직결될 전망이다.

공익의 관점에서 이번 수사의 핵심은 명확하다. 비공식 로비와 외압 가능성을 증거 기반으로 걸러 제도적 차단 장치를 세우고, 군 지휘·감독 및 인사·외교 결정의 책임선을 문서로 명확히 하며, 국회 증언의 신빙성을 사법적으로 검증해 공적 기록의 신뢰를 복원하는 일이다. 수사 일정이 촘촘한 만큼, 특검은 확인된 사실을 중심으로 결론의 근거를 공개해 유사 사안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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