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해병특별검사팀이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다. 군인권위의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기각 건과 관련해 김용원 인권위원이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2023년 8월 긴급구제 및 제3자 진정 기각 과정에서 결재·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외부 영향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공수처 라인과 관련해서는 오동운 처장을 31일 오전 소환해 직무유기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공수처 내부의 사건 배당·결재·지연 여부를 전자결재 기록과 지시 로그를 통해 대조 중이며, 이재승 차장을 포함한 전·현직 관계자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공수처는 오 처장의 출석 일정이 외부에 알려진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특검은 내부 포렌식 담당 수사관의 공수처 이직 논란에 대해서는 접근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 접근을 즉시 차단하고, 동일 사안에 대한 접근을 금지함으로써 증거 보전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김건희특검은 ‘학폭 무마’ 통화기록 확보를 위해 해병특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7~9월 통신 자료를 교차 확인하는 절차로, 다중 특검 체제에서 증거 관리와 공유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증거물 관리 절차를 세분화해 기록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외교·법무·대통령실 라인에 대한 보강 신문도 진행 중이다.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대사 임명 및 출국 경위, 사건 기록 회수 과정의 인지·보고 여부를 확인받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도피 의혹에 대해 “절차상 정상 처리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태용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실·외교·법무 간 협의 시점을 중심으로 재점검을 받고 있다.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은 구속 상태에서 약 12시간 조사를 받았으며, 새로 선임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과 진술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한편 개신교계 인사인 김장환 목사(11월 3일)와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11월 13일)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어 외곽 접점에 대한 검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검 관계자들은 “핵심은 시간표의 정합성”이라고 설명한다. 군·경·외교·법무·대통령실·공수처 등에서 생성된 전자결재, 회의 메모, 공보 문안 변경 이력, 통신·출입국·항공·숙박 데이터, 포렌식 로그를 단일 축에 올려 지시와 보고, 승인과 집행, 발표와 수정의 흐름을 대조하는 방식이다. 기록과 진술이 일치하면 공소 제기와 신병 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불일치 구간이 남을 경우 재소환·보완 압수수색·증인신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출발점은 순직 장병의 사망이다. 공익의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정합성, 공방이 아니라 책임의 명확화라는 점에서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군 수사 이첩·재이첩 기준의 명문화, 외교·군 인사와 형사절차의 충돌 사전 차단, 전자결재·회의기록·통신 로그의 상시 보존 의무화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병특검은 ‘구명 로비’ ‘기록 회수’ ‘수사 방해’ 세 갈래를 중심으로 기록 검증을 이어가며, 문서와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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