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해병특검이 국방부 상층부·교계·국회 증언 라인을 동시에 조인다. 수사팀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불러 당시 보고·지시 라인, 기록 관리, 초기 판단 변경의 경위를 문서와 통신기록, 대면 진술로 교차 확인할 예정이다. 차관급 의사결정 흐름을 정밀 복원해 ‘누가, 언제, 무엇을 지시했는지’를 끝까지 따지겠다는 취지다.

교계 채널에 대한 본조사도 이어진다. 특검은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에게 11일 참고인 출석을 다시 통보했다. 김 이사장 측은 조사 범위를 명확히 특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특검은 사건 전후 통화·면담 기록, 일정·동선 자료, 전자기기 포렌식 결과를 대조해 접촉 목적과 실제 영향 여부를 확인한다. 불출석 시 재통보 등 절차적 조치도 검토 중이다.

국회 증언의 진실성 검증은 속도를 높인다. 특검은 이른바 ‘멋쟁해병’ 관련자들을 금주 피의자 신분으로 잇달아 소환한다. 청문·국감장 발언과 확보된 객관 자료가 일치하는지, 허위 진술이나 위증교사가 있었는지를 대질 중심으로 가린다. 이는 향후 공소 유지와 재판 단계에서 증언 신빙성을 좌우하는 출발점이 된다.

외교·인사 라인에 대한 압박도 계속된다. 특검은 대통령실 전 인사비서관 조사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출국→귀국 과정 전반과 부처 간 협의·지시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외교부 측 압수물 선별 절차가 예고된 만큼, 자격심사·임명 실무의 보고·결재 구조와 방산 공관장 회의 준비·통보의 통상성까지 함께 점검 범위에 들어간다.

정치권의 특검 정국은 수사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3대 특검’ 추진 흐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전직 대통령 부부 신병 확보 등 성과를 거론하며 남은 수사 과제를 짚고 있다. 수사 기간·인력, 재판 공개 범위, 미종결 사건의 이관·지휘 체계 같은 제도 변수는 향후 공소 유지 전략과 재판 운영에 적잖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

공익의 관점에서 이번 조치의 목표는 분명하다. 첫째, 국방부 상층부와 대통령실·외교 라인의 의사결정 구조를 문서와 로그로 복원해 책임선을 명확히 하는 것. 둘째, 비공식 네트워크(교계 채널 등)가 제도권 결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데이터로 검증해 차단 장치를 세우는 것. 셋째, 국회 증언의 진실성을 사법적으로 점검해 공적 기록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과 대면조사를 병행해 ‘지시—집행—사후처리’ 전 단계를 한 지도 위에 올려놓고 통상성과 적법성을 끝까지 확인할 계획이다.

향후 일정은 촘촘하다. 10·11일 신범철 전 차관 조사, 11일 김장환 이사장 재통보, ‘멋쟁해병’ 관련 피의자 줄소환이 이어진다. 외교부 압수물 선별 절차와 대통령실·국방부 추가 대질까지 병행되면, 수사는 윗선 의사결정과 현장 집행, 국회 증언의 교차 지점에서 분기점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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