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해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귀국·사임 과정 전반을 확인했다. 특검은 대사 적격심사 방식과 속도, 출국금지 요청의 존재와 처리 경위, 외교 인사 결정이 형사절차와 충돌했는지 여부를 전자결재 기록과 보고 문서, 출입국 이력, 항공권·숙소 예약 내역 등 물적 자료로 대조하고 있다. 전날 참고인으로 소환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 피의자로 조사한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조사 내용도 함께 맞물려 외교·법무 라인의 보고·결재선이 구체화되는 국면이다.

특검은 이종섭 전 장관을 25일과 26일 연속으로 다시 불러 피의자 조사를 이어간다. 사건 초기 이첩 보류와 재검토 지시의 적법성, 대통령실·법무부·외교부 사이 보고·협의의 실제 경로, 출국금지 조치 변경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첫 피의자 조사는 1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특검은 진술과 물적 자료의 불일치 지점을 중심으로 최소 세 차례 이상 추가 조사를 예고했다.

군 지휘 라인에 대한 압박도 유지되고 있다. 특검은 국방부 검찰단 과학수사과 압수물 포렌식을 통해 2023년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통화녹음·메신저 로그의 공백 여부를 재확인 중이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한 다회 조사, 전하규 당시 국방부 대변인 등 실무 핵심 참고인 조사로 회의 운영과 공보 문안 조정 경위를 당일 문서 버전과 메시지 로그로 되짚고 있다. 외교 인사 절차가 군 수사 판단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는지, 공보 조정이 내용·시점에 어떤 변화를 야기했는지까지 함께 검증하고 있다.

제도 환경도 수사 속도를 받쳐준다. 정부가 이른바 3대 특검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서 수사기간 추가 연장과 인력 증원이 가능해졌다. 재판 중계 허용 등 공판 단계 지원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외교·법무 라인 소환 결과가 곧바로 공판 준비로 연결될 여지가 커졌다. 법원 역시 전담 재판부 지원을 강화해 증거조사와 기일 운영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안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주 수사의 분기점은 타임라인 정합성이다. 적격심사·출국금지·전자결재·출입국 기록이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설명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범인도피 적용 범위가 선명해진다. 반대로 어느 지점에서라도 공백이나 모순이 확인되면 압수수색과 소환 범위는 외곽 라인까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사건의 출발점이 순직 장병의 사망이라는 점에서, 신속함보다 설득력 있는 사실 규명과 책임 소재의 명확화가 우선이다. 수사 이첩·재이첩 기준의 명문화, 외교 인사와 형사절차 충돌 방지 의무, 군·행정 라인의 전자기록 보존 의무 강화 같은 제도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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