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수사 외압 의혹을 중심으로 100쪽이 넘는 질문지를 제시하며 보고·지시 경위, 발표 문안 변경 이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절차의 통상성 등을 시간대별로 대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진술 거부 없이 응했으며, 사단장 처벌 지시나 수사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실 회의에서의 강한 질책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한 ‘호통’ 성격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검의 핵심 점검 축은 세 가지다. 첫째, 2023년 여름 군 수사 결과 이첩 보류·재검토 지시가 실제로 언제, 어떤 결재선과 연락 경로를 통해 이뤄졌는지다. 둘째, 이종섭 전 장관의 임명·출국 일정 조정과 문안 변경이 통상 절차에서 벗어났는지 여부다. 셋째, 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군 수사라인·공수처에 걸친 전자결재, 회의 메모, 공보 문안 버전, 통신·출입국·항공·숙박 데이터가 하나의 시간표로 모순 없이 맞아떨어지는지 여부다. 특검은 불일치 구간이 확인되면 추가 대질과 보완 압수수색으로 공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한편, 해병특검의 1호 기소 사건은 재판 단계로 넘어갔다.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사건은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현장 지휘관 4명도 불구속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 배당됐다. 해당 재판부는 과거 대장동 민간업자 1심을 담당했던 곳으로, 무리한 수중 수색 지시와 안전조치 미비 간 인과관계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수처 라인의 직무유기 의혹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처·차장 관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내부 보고서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식 배포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배당·결재·통보 절차와 실제 집행 로그를 확보해 직무유기 성립 여부를 기록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수사의 정점이자 공소 판단의 분수령이다. 결재선, 보고 시각, 연락 기록, 문안 변경 이력이 동일한 축에서 정합성을 갖추면, 후속 신병 처리와 공소 제기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출발점이 순직 장병의 사망인 만큼, 결론은 정쟁이 아닌 기록과 절차의 일치로 가려야 한다. 군 수사 이첩·재이첩 기준 명문화, 인사(외교·군)와 형사절차 충돌의 사전 차단, 전자결재·회의기록·통신 로그의 상시 보존 같은 제도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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