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윗선 개입’ 의혹의 고리를 입체적으로 조이고 있다. 특검은 8월 31일 임세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당시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2024년 3월 8일) 심의 과정, 심의위원단 내부 의견, 상급선 관여 정황 등을 확인했다. 임 부장검사는 당시 법무부 출국금지 심의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한 당사자다. 

현장 지휘 축에서는 최진규 전 해병대 포병여단 제11대대장을 9월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불러 내성천 보문교 일대 수색 당시 수중수색 투입 경위, 안전장비 착용 지시, 보고·명령 라인의 적정성을 집중 추궁했다. 특검은 지형·유량 등 물리 조건과 지휘일지·무전 기록을 대조해 과실치사 성립 여부를 다지고 있다. 

인권 라인 수사도 본격화된다. 특검은 9월 2일 박진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2023년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신청이 기각된 결정 구조와 심의·의결 절차의 적정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특검은 군인권보호소위 회의록 등 자료를 확보하고 김용원 상임위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진행했다. 

사법·수사기관 라인에 대한 압박도 병행된다. 특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담당했던 관련 사건 처리의 지연·은폐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과천 청사와 전직 간부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송창진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임성근 전 1사단장 관련 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압수물 포렌식을 대부분 마치고 참고인 조사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정보 라인에서는 황유성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상대로 8월 30일 새벽까지 13시간 넘게 조사해 대통령실·국방부 핵심 인사들과의 다수 통화 내역을 확인했으며, 보고 문건 작성·관리 과정에서 외압 관련 사실 은폐 정황이 있었는지도 캐물었다. 특검은 방첩사가 작성·보관한 동향 보고와 통화기록을 토대로, 사건 직후 정보 수집·전달 경로와 지시의 실제 흐름을 복원하고 있다. 

수사 프레임은 2023년 7월 31일 이른바 ‘VIP 격노’를 기점으로 △대통령실·국방부의 기록 회수·지시 라인, △군검찰·군사법원의 표적수사·기소 및 법원 출석 제한 논란, △인권위·공수처의 처리 지연·은폐 의혹 등 ‘세 갈래’ 축을 정밀하게 복원하는 데 맞춰져 있다. 특검은 연장된 수사기간(9월 29일까지) 동안 통신·업무일지·대면 진술을 교차 대조해 각 축의 의사결정 책임선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수사 진척은 외곽 정국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별도 트랙인 김건희 특검은 8월 29일 김건희 씨를 구속기소하며 전직 대통령 부부의 동시 재판 국면을 열었고, 내란 특검 사건들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돼 본안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병 특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군·정부 라인의 사건 관여 한계와 절차 적법성, 지휘·감독 책임의 실체를 따져 제도 보완의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을 사실상 ‘마지막 퍼즐’로 맡게 됐다. 

연표상 핵심 분기점도 분명해졌다.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은 3월 4일, 출국금지 해제는 3월 8일, 출국은 3월 10일, 귀국은 3월 21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는 3월 25일이다. 특검은 이 일련의 결정·집행 과정에서 통상성과 합법성이 유지됐는지, 귀국 명분이 된 회의의 준비·통보 절차가 적정했는지까지 함께 점검하고 있다. 

결국 과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내성천 수색 당시 지휘·안전 판단의 인과관계를 규명해 현장 과실의 범위를 확정하는 일. 둘째, 출금해제·귀국·사임으로 이어진 의사결정 라인의 적법성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 셋째, 인권위·공수처·군사법원·군검찰로 이어지는 사후 처리 체계가 외부 영향 없이 작동했는지 검증해 제도적 보완책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과 추가 대면조사를 통해 이들 쟁점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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