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고영준 기자) 해병 순직 ‘수사외압’ 수사를 맡은 해병특검이 분기점을 맞았다. 법원이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반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외압’ 피의자들의 영장을 잇달아 기각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아쉽지만 재판에서 다투겠다”며 증거 보강과 소환 재정비에 들어갔다. 임 전 사단장은 구속 상태에서 다음 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수사 초점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 ‘지휘·작전’은 임성근 구속으로 수색·안전조치 등 현장 판단과 책임 소재 규명이 속도를 낸다. 둘째, ‘외압·도피’는 영장 기각 이후에도 특검이 전자결재·회의 메모 등을 한 타임라인에 겹쳐 이첩 보류·재검토 지시 경위를 다시 대조하고 있다. 진술과 물증 사이의 불일치 부분은 재소환과 보완 압수수색을 통해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련 보강 신문도 진행 중이다. 특검은 조태용 외교부 장관을 여섯 번째로 불러 ‘대통령의 사건 기록 회수 지시’ 관련 인지·보고 여부와 당시 외교·법무·대통령실 간 협의 채널을 확인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첫 조사에서 “정상적 업무 처리였다”고 진술했으며, 특검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공수처의 내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방해 정황’이 있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인 중이라며, 배당·결재·지연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송창진 씨를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은 “윤 전 대통령 규명”을 촉구했고, 여권은 “과도한 수사와 정치적 이용”이라고 반박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왜곡죄’ 도입을 거론하며 사법개혁 압박 수위를 높였고, 대법원장을 향한 발언도 논란을 낳았다. 특검은 “정치와 무관하게 법정에서 설득 가능한 증거 배열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은 재조율 중이다. 당초 일정이 잡혔지만 불출석 통보로 인해 대면 조사 등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검이 확인하려는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2023년 여름 군 수사결과의 ‘이첩 보류·재검토’ 지시가 언제, 누구를 통해 내려왔는지, 이종섭 전 장관의 대사 임명·출국이 형사절차와 충돌해 수사 회피로 이어졌는지, 그 과정을 입증할 문서와 연락 기록이 존재하는지다.

이번 수사의 공익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사건의 출발점은 순직 장병의 사망이다. 둘째, 책임 규명은 양(量)이 아니라 기록·진술·물증의 정합성으로 판단돼야 한다. 셋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군 수사 이첩·재이첩 기준의 명문화, 외교·군 인사와 형사절차 충돌 사전 차단, 전자결재·회의기록·통신 로그의 상시 보존 강화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갖춰질 때 비로소 수사는 공익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하나의 시간표’다. 결재선과 보고 시각, 회의 참석자, 공보 문안 변경 이력, 통신·출입국·항공·숙박 데이터가 한 줄로 일치할 경우, 신병 처리와 공소 제기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영장 기각의 취지를 반영해 증거의 빈칸을 채우고, 법원이 요구한 수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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