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전상진 기자) “중도 사퇴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양재생(66) 은산해운항공그룹 회장이 23일 제25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추가 출마선언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상의회장 선거는 양 회장과 장인화 현 회장 간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 회장은 이날 부산상의 기자실에서 상의회장 출마 인사문 발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중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도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제 60여년 인생에서 ‘중도 포기’는 해본 적이 없다.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양 회장은 이어 “저는 회장 출마선언은 비록 오늘 했지만, 10여년 전부터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 동안은 저의 상의 동기회나 선후배들의 권유가 많았지만 양보하곤 했는데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또 잠재적으로 준비도 많이 해왔다”며 “30년 전 직원 다섯 명과 함께 손바닥만한 작은 사무실에서 해운항공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 8개 계열사에 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그룹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사업을 진행했고, 포기할 일이라면 아예 출발을 안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제 사업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상의회장에 출마하지 않았으며, 오직 부산 상공계와 부산 발전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70대가 되기 전 60대 중반인 지금 사심 없이 혼신의 열정을 쏟고 싶다. 선거법 때문에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미래세대 청년 사업가를 위한 방안도 갖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양 회장은 이날 ‘부산을 다시 세계적인 경제도시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을 적극 유치해 글로벌 경제의 중심도시로 부산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공약과 관련, 한 기자가 “대기업 중 접촉 중인 회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양 회장은 이와 관련, “댐을 만들면 물이 차듯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50년 전인 1975년 부산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이 27.8%였는데, 지금은 4.2%에 불과하지만 부산 상공계가 창의와 혁신, 열정으로 똘똘 뭉친다면 부산을 다시 세계적인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로 발돋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심상사성(心想事成)이란 말이 있지 않나, 세상사 모든 일이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저는 확신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역대 부산상의 회장 대부분이 두 번 이상 연임을 한 점을 거론하며 ‘연임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었다.
양 회장은 “회장에 당선된다면, 저는 3년 단임제를 꼭 실천하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다른 분들 6년(재선) 이상 한 성과를 ‘3년 임기’ 동안에 내고 딱 일어서겠다”며 “제가 지금 만 66세인데 열심히 일할 수 있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겠다. 열심히 하면 1년도 짧은 기간이 아니다. 제가 과거에 JC(한국청년회의소) 지역회장을 1년간 한 적이 있는데 진짜 열심히 하다 보니 한 10년은 한 것 같았다. 상의회장 임기 3년이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대충 하다 보면 금방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국제공항과 세계 7위의 항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부산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3년 동안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열심히 해도 부산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토대를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가 해운·항만·항공·물류업체 종사한지도 50년 가까이 되는데 부산신항만, 가덕도(가덕도신공항 예정지)주변에 골드체인, 2차전지 허브, 반도체단지, 냉동·냉장단지 등 부산의 특성을 살려 잘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고 생산비가 많이 드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도 부산으로 이전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점 등 창의적·혁신적인 성장동력에 대한 방안을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 건의하고 협력해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며 “당선된다면 저는 이런 일들에 대해 부산상의 회장 직함을 갖고 부산시는 물론 대통령실과 서울·세종시 소재 중앙부처 장·차관을 만나 설득하고 한 가지씩 해결해나갈 자신이 있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 장인화 회장이 이미 연임 의사를 밝힌 터에 경선이 과열될 경우 부산상공계가 되레 분열될 우려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양 회장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경쟁이 오히려 발전을 촉진한다고 본다”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친구끼리 경쟁을 통해서 뽑지 않느냐, 저는 장 회장과도 친하게 지낸다. 전임자들 업적을 무조건 배격하는 건 제 삶의 철학과도 맞지 않다. 제가 당선된다면 장 회장이 지난 3년 동안 수행한 업무 중 장점은 취하고 부족했던 점이나 새로운 세계경제 조류에 필요한 점은 과감하게 도입해서 부산경제를 혁신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몰려올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 저는 지금까지 부산에서 기업활동을 해왔고 12년 전부터 부산상의 회원 및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누구와도 척을 진 적이 없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혹시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과도 화합하고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는 게 제 인생철학이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할 생각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선이 가져올 상공계 분열과 갈등’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양 회장은 (지역방송사 등이 주관하는)‘무제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여느 정치인들처럼 무조건 상대방을 까고 하는 건 제 정서에도 맞지 않고 그렇게 살지도 않았다”며 “시간을 정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끝장토론을 통해서 각 후보가 생각하는 부산경제 발전방안, 경제철학, 개인 역량을 충분히 밝히면 부산상의 회원들과 부산시민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상공회의소 출입기자 여러분들이 주선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마지막으로 “‘2035부산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중앙정부 및 부산시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관례적으로 외부인사가 임명됐던 부산상의 사무총장을 외부 영입이 아니라 내부에서 승진시키는 등 상의 사무국도 동기부여와 혁신을 통해 창의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일문일답에 앞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출마 인사문’을 통해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을 적극 유치해 글로벌 경제의 중심도시로 부산의 위상을 높이겠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상공인들의 화합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 ▲상공인의 권익보호와 지역 경제의 대변기관으로써 상공회의소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상공회의소의 설립의 기본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 ▲부산 발전과 지역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상공회의소가 되도록 만들겠다 ▲부산상공회의소의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하겠다는 5가지 공약을 밝혔다.
한편, 부산상의는 2월 하순쯤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뒤 3월 10일경 제25대 상의의원 및 회장 선출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선거절차를 보면 1차로 상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원(120명)을 뽑는 선거를 실시한 뒤, 이 의원들이 참석하는 임시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의 선거 결과를 보면 1차 의원선거 결과를 통해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누가 당선될 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