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이원희
국장 이원희

1863년 미국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기억할 것이다. 올해는 나라 살림을 도맡을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다. 벌써 제사보다는 잿밥에 눈이 어두운 철새 정치인들의 입질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후보자들의 낯짝 두꺼움과 파렴치성이다. 유권자들의 힘으로 얻은 당선을 천하 호령하듯 기세등등했던 그들은 불과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남긴 업적이 무엇인가?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 기초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평소는 지역구에서 얼굴 보기가 어렵다가도 행사 때면 내빈석에 자리 잡고 있으니 일꾼을 뽑은 것이 아니라 내빈을 뽑은 것이다. 국민이 봉인가? 유권자인 우리는 반드시 기억하자. 이런 악덕 정치인들을 뽑지 말자.

총선을 앞둔 요즈음 더욱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경고하거니와 자리가 아닌 일꾼으로서 대우받기를 원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훤히 속 보이는 꼼수 짓을 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거듭 주문하거니와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당하고 떳떳한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정체성이 모호한 봇짐장수 같은 정치인 또는 신의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정치인들이 난무해서는 우리 고장의 앞날에 가망이 없다. 우리 유권자들도 확고한 판단 기준을 갖고 투표에 임하자.

우리나라도 1960~70년대는 막걸리 한 잔, 고무신 한 켤레에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팔았던 시절이 있었다. 선거 때만 되면 막걸리와 고무신업계가 호황을 누렸을 정도였다. 우선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만큼 가난에서 허덕였던 때의 선거 풍경이었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만 있으면 유난히 먹을거리가 넉넉해졌고 이장과 반장은 곗돈이나 탄 사람처럼 평소와 달리 씀씀이가 커졌다. 이렇게 해서 당선이 되면 유권자 위에서 군림한다. 국민이 봉인가? 국민의 대표자가 국가의 ‘의사형성’과 국가 사무 처리의 일차적 담당자가 되는 대의민주제의 형태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대표자를 바르게 선출했는가? 이런 문제는 곧 올바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출발점이며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선거는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참여 중 하나의 수단이지만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유력한 정치참여의 수단이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통로인 선거마저 잃게 되면 민주주의를 주장할 근거마저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선거법이 지켜지는 공명선거가 매우 중요하고 당연하다. 우리는 건국 이래 많은 선거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고무신, 막걸리 선거’, ‘투표함 바꿔치기’, ‘돈 봉투 선거’ 등 금권, 관권선거를 목도(目睹)해 왔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한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이상적인 선거풍토를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히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 시대적 소명이 헌법상 중요한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04년 국회의원선거부터 ‘50배 과태료 부과’, ‘선거범죄 신고자 포상금 지급’ 등이 도입되고 시민사회단체를 주축으로 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정책선거로의 성숙 된 선거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극히 일부에서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음식, 돈 봉투 제공 후보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 향상에 걸맞지 않는 선거풍토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들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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