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르스의 거울

 

앞면.

 

티라노사우르스야!

마주보는 두 개의 거울 볼 때 넌 어떤 기분이지?

사 면이 유리로 된 어떤 방을 그려보아라

거울속에 비치는 수많은 거울,

그리고 숱한 공룡 분신,

공룡은 벽면 나락으로 빨려들어가

한 겹 두 겹 양파껍질 벗기듯

마침내 허공만 남겨 허전한 모습일지니

 

결국 그건 거울속에서 바쁜

공룡 소멸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리라

 

뒷면.

 

티라노사우르스야!

벽 한 가운데 거울이 있는 걸 보아라

무심코 그리로 걸어가 거울을 보아라

그런데 아무것도 안보이지?

거울속은 텅 비어있으리,

거울 바로 앞에선 공룡 몸은 안보이고

주변 흰 사각벽들만

덩그마니 거울 채우고있을지니

 

황급히 몸 내려다보곤 다시 거울 보아라

역시 텅 빈 거울속, 순간 오싹하리라

 

티라노사우르스야,

너는 어디에 있지?

 

-시작노트

바야흐로 혼돈의 시대이다.

광란과 무질서와 혼탁함이 난무하는 괴상망측한 태고적 카오스의 시절이 다시 도래했다.

안정과 질서와 청결함이 오히려 흠결이 되는, 본말전도(本末顚倒)의 비정상이 정상을 무차별로 눌러버리는 사태들이 최근에 와서는 원근도처에서 사뭇 비일비재하다.

‘카오스’의 사전적인 원 뜻은 ‘입을 벌리다(chainein)’이며, 이것이 명사화로 굳어지면서 ‘캄캄한 텅 빈 공간’을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혼돈’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

또한 카오스[고대 그리스어: χάος Khao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그리스 태초 신 중 하나이며, ‘대공허’를 의미한다.

카오스는 ‘무(無)’ 또는 ‘절대공간’으로, 카오스 외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아무것도 없음이 곧바로 혼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없다는 자체라면 질서조차도 존재할 수 없으니, 바로 그것이 혼란이며 무질서라고 볼 수 있고, 그러기에 결론적으로 혼돈으로 귀결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태라면 다시 무언가가 이어지면서, 혼돈으로부터 탈피하여 보여지는 어떤 현상들이 차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과 예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어차피 생겨나기 이전인 태초의 사실이 아닐 바에는,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을 정도까지 추락했음을 뜻하기에 현실적으로 차차 나아진다는 기대를 함축시키고 있는, 기다림과 간절함의 염원이 실려있다는 절박한 이론이 바로 카오스의 ‘현대적 이론’인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정 반대가 되는 양면성이 평형을 이루어 공존함으로 해서 모든 진리와 역사가 생성되어왔고, 지금도 이어져가고 있는 것이며, 이후의 새로운 창조와 변화를 고대할 수도 있다.

정의와 불의, 진실과 거짓, 진실과 부정 등은 상황이나 입장, 시대적 여건 등을 고려하여 수시로 생긴 모습을 바꾸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양면을 동시에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절대 불변하는 영원불멸의 진리는 없다.

다만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행복을 주는 보편타당한 진리라야 늘상 고금동서를 통해서 권장할 수 있는 최선의 진리이다.

오늘날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최상의 진리와 정의를 찾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 최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며, 숨을 쉬고 있는 이유이다.

개개인의 깨달음이 곧 여러 사람의 각성으로 이어지고 일반적인 삶의 철학들로 세상에 퍼져간다면, 모름지기 이 세상이 평안한 삶터가 되는 길이 그리 요원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는 ‘폭군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지구상에 살았던 육식 공룡 중 가장 무섭고 사나운 공룡으로 알려져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중생대 백악기[1억 3600만년 전∼6500만년 전]’에 번성했었는데, 몸길이 약 12~13m, 키 4m, 골격이 튼튼하고 몸에 비해 큰 머리, 튼튼한 턱, 크고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동물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에서의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악력(顎力)은 1,400kg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동물들의 악력 중에서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대한 뒷다리에 비해서 앞다리는 극단적으로 작고 약하며, 보행에 쓰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입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거대한 꼬리로는 몸의 중심을 잡는 역할과 사냥감을 잡을 때 후려치는 역할을 했다.

이빨은 매우 크고 날카로워, 이빨 뿌리까지의 길이가 30cm나 된다.

이 이빨은 칼처럼 날카롭고 가장자리가 톱처럼 삐죽삐죽하여 한번 물면 어떤 사냥감이라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또한 강한 턱이 있어 먹잇감을 한 번 물면 뼈까지 부서질 정도였다.

이렇게 훌륭한 사냥 조건을 갖추고 있는 최상층의 포식자였음에도,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외부조건에 의해서 결국은 멸종하고 말았다.

그것이 역사이다.

영원한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1905년에 처음 발견된 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대중문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공룡 종이 되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라는 학명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름이 되었고, 이것을 줄인 ‘티렉스(T. rex)’ 역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로버트 배커’는 책 ‘The Dinosaur Heresies’ 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같은 이름은 입에 짝 붙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중생대 당시에는 드넓은 사냥 영역을 자랑하며 광활한 초원의 절대자로 군림하면서, 엄청나게 무섭고 어마어마한 괴력의 소유자였음을 뽐냈는지는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박물관 한 구석에 뼈나 화석 정도로만 남아 그 존재를 기억시켜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쥬라기 공원’이나 ‘트랜스포머 4’ 등의 영화나, 수많은 아이들의 놀잇감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아 역사의 나이를 확인시켜주고 있을 따름이다.

카오스 이후에 도래하는 자연스러운 우주의 발생을 주도하는 근원은, 강력한 막무가내 돌진스타일의 힘이 아니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절대적인 능력이나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신념도 아니다.

그냥 조용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작은 생각들의 모듬이다.

그리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삶의 태도이다.

그것이 바로 모든 역사의 근본이 되는 ‘사람’ 자체이다.

우리는 모두 그 ‘사람’이다.

카오스에서 새로운 우주의 발생을 창조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니고 있는 단 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이다.

그런 자부심과 긍지로 오늘을 살아가자.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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