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민(전)한국복지대학교총장
장석민(전)한국복지대학교총장

▶풍요해지면서 제기되는 자녀 양육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피 땀 흘려 노력한 덕분에 불과 40~50년 동안에 10대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는 등 잘 살게 되었다. 기성세대가 겪었던 춥고 배고팠던 서러움을 더 이상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잘 살게 된 덕분에 아이들을 잘 입히고 먹이게 되었다. 그야말로 경제적 여유로 자녀 양육(養育)을 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찌 양육만으로 훌륭한 사람이 길러질 수 있으랴? 요즘 청소년들은 잘 먹고, 입고 자라서 인물도 좋고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과거 세대에 비하여 양육이 잘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인성과 도덕성 면에서는 제대로 훈육(訓育)된 청소년들의 비율이 오히려 늘어나지 않은 것 같다. 과거 헐벗고 굶주렸던 세대가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면서 자녀들을 잘 양육하려고만 노력하는 사이 인간성 도야를 위한 훈육에는 다소 소홀했던 것에 기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훈육을 통한 인간성 함양

태어나는 순간에는 사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존재로서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인간은 성장과정에서 훈육(訓育)을 통하여 인간적인 가치와 질서를 배워 내면화해야 한다. 힘이 지배하는 동물사회와는 달리 인간사회는 도덕적 질서에 의하여 움직여진다. 성장과정에서 훈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러한 도덕적 질서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야만인 수준에 머물 수도 있게 된다.

훈육이란 가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선과 악 및 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포함한 윤리적 행동 질서를 가르치고 내면화 시키는 것이다. 훈육의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인간적으로 해야 되는 마땅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사회적으로 장려되고 용인되는 행동규범과 그렇지 않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자녀로 하여금 깨닫고 내면화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부모 및 가족의 이러한 훈육이 의도적으로 계속된다면 그 만큼 자녀들의 도덕성은 잘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자녀 훈육은?

양육은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누구나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으나, 훈육은 부모 나름대로 사회 및 인간에 관한 철학과 교육관을 세우지 않고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다. 내 아이를 “어떤 인간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가“하는 부모 나름대로의 바람직한 인간상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자녀에 대한 훈육의 방향이 흐트러지기 쉽고, 그 때 그 때 즉흥적 판단으로 지도하다 보면 일관성이 결여 되면서 자녀가 반발 - 특히 사춘기에는 부모님의 말과 행동의 모순점 등을 발견하고 반발하는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 하기 쉽다. 부모 나름대로 바람직한 인간관을 탐색해 두는 것은 자녀의 훈육지도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간적 삶을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다.

자녀의 훈육을 위해서는 교육방법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교육학은 많은 자녀 훈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칭찬과 벌은 오래 동안 활용되어온 훈육의 방법이다. 근대의 심리학적 강화이론(Reinforcement Theory)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마다 칭찬과 보상을 해주고 그렇지 못한 행동을 발견하면 가벼운 경우 무시하는 방법(관심을 철회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고, 벌을 주거나 보상을 철회하고 행동교정을 요구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부모가 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람직한 부모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녀 훈육과 양육은 많은 학습과 노력을 요구 한다. 늦었다고 깨달을 때가 시작할 때이다. 늦었다고 생각되어도 자녀 양육과 훈육에 대한 공부는 자녀 교육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의 인간적 성숙을 이루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 부(富)를 이루는 데에만 노력을 집중한 나머지 자녀의 훈육을 소홀히 했다고 후회하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다. 훈육 없이 자라서 집안에서 불효를 일삼고, 사회적으로 좌충우돌하는 청소년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부모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될 것 같다. 부모로서의 역할과 자질을 반성해 보고 자신은 아이들의 훈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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