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상원의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년 11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상원의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이슬람 공화국

(서울일보/소정현 기자)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이슬람 공화국이다. 서쪽, 북쪽, 동쪽으로 우즈베키스탄, 남동쪽으로 아프가니스탄, 남쪽과 남서쪽으로 이란, 서쪽으로 카스피해가 닿아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국토의 크기는 48만8100㎢(한반도의 2.2배)이다. 서에서 동으로 1100km, 북에서 남으로 650km 걸쳐 있으며, 해안선의 길이는 1768㎞이다.

국호인 투르크메니스탄(Turkmenistan)은 민족명인 투르크멘에 페르시아어로 ‘~의 땅’ 의미하는 스탄(stan)이 붙은 이름이다. 수도는 아시가바트(Ashgabat)로,인구는 634.2만(2021년 세계은행),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310.54(2021년 IMF) 이다.

민족은 투르크멘인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러시아인이나 우즈베크족도 많다. 투르크메니스탄인(77%), 우즈베키스탄인(9.2%), 러시아인(6.7%).

이와 함께 투르크멘어가 공용어이지만, 러시아어도 널리 통용된다. 투르크멘어는 투르크메니스탄 인구의 72%가 사용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러시아어(12%), 우즈베크어(9%), 페르시아어와 카자흐어를 포함한 기타 언어(7%)이다.

종교 박해도 심각하여 러시아 정교회와 수니파 이슬람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의 활동이 제한받고 있으며, 종교 회중은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종교는 이슬람교(수니파89%), 동방정교(9%), 기타(2%)이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은 기독교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는 국가이다. 개신교 교회는 단지 8곳이다. 개별 본당에는 최소 500명의 회원이 등록해야만 하고, 특히 침례교, 오순절교회 등은 국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급습, 구타, 투옥 등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형태는 대통령 중심제이며, 투르크메니스탄 정치체제는 1992년 5월 18일에 제정된 투르크메니스탄 헌법에 따라 수립되었다. 2016년까지 대통령 임기는 5년 중임제로 시행하다가 헌법 개정으로 인해 2017년부터 7년 중임제로 변경되었다.

현직 제3대 대통령은 2022년 3월 19일에 취임한 42세의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Serdar Berdimuhamedow) 이다.

그리고 의회는 2020년 9월 단원제에서 양원제로 변경하는 개헌안이 통과되었다. 하원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5년 임기 125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회(메즐리스, Majlis) 이다. 상원은 의원 56명 중 48명은 국민의 직접투표가 아닌 지방 의회의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며, 나머지 8명은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며 한 자리는 전(前) 대통령이 차지하게 되었다.

2022년 11월 28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상원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년 11월 28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상원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중앙아시아 유일 ‘영세중립국’

투르크메니스탄은 18세기 이후 제정러시아의 통치를 받아왔다. 러시아혁명 후 러시아공화국의 일부로서 투르케스탄자치공화국이 되었으며, 1924년 일련의 행정구역 개편 후 투르크메니스탄공화국을 세우고, 1925년 5월 구소연방에 편입되었다.

이어 투르크메니스탄공화국은 구소연방 해체 과정에서 1991년 10월 26일의 국민투표로 소련으로의 독립에서 94.1%가 찬성했고 다음날인 10월 27일에 독립했다. 1991년 12월 8일 러시아는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를 승인하기에 이른다.

독립 후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연합(CIS)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특히 중앙아시아 이슬람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터키·이란 등을 비롯한 서남아시아 국가와의 협력관계가 진전되고 있다.

1992년 국제연합,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에 가입했고, 독립국가연합(CIS) 5개국과 집단안전 보상조약을 체결하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은 UN에서 공식 인정을 받은 영세중립국인 이유로, 2005년에 독립국가연합에서 탈퇴해서 준회원국이 되었으나, 러시아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는 1992년 2월 7일 외교관계 수립 되었다.

특히 1995년에 투르크메니스탄이 UN에서 영세중립국(永世中立國)으로 승인받은 일은 국가의 독자적 외교노선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당시 UN 총회에서 미국,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터키 및 기타 인접 국가들을 포함하여 총 18개국의 요청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영세 중립화안이 UN 의제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1995년 12월 12일에 185개국의 만장일치로 UN 총회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영세중립이 승인되었다.

일단 영세중립을 확보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인접한 타지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내전의 혼동 속에 있던 국가와는 달리 군사비 확보에 대한 부담은 훨씬 낮은 상태를 가지게 되었다.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앙아시아에서 강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가 되었다.

2023년 7월 2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이무라트 아나맘메도프(Baymyrat Annamammedov) 투르크메니스탄 건축산업부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3년 7월 2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이무라트 아나맘메도프(Baymyrat Annamammedov) 투르크메니스탄 건축산업부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독재국가 ‘언론의 자유도 최하위권’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고 지리적으로 카스피해에 인접한 덕택에 경제적 번영을 누리지만 오랜 독재 역사로 인해 국민은 폐쇄적이고 고립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구소련의 계획경제 요소가 많이 남아있는 국가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주 농작물인 곡물과 면화는 모두 재배과정에서 국가의 계획과 통제를 따르며, 토지는 모두 국가 소유이다. 보험이나 은행도 모두 국영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투르크메니스탄은 오늘날 독재로 악명 높은 이란,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적도 기니, 북한, 에리트레아, 시리아와 함께 현존하는 세계 최악의 독재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나라다. 그럼에도 시위나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엄청난 자원을 활용해서 걸프만 산유국급의 복지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도 매우 낮다. 2023년 기준 언론자유지수에서도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6위를 차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 있는 22개의 신문 중 민영 신문은 단 2개밖에 없으며 거의 모든 신문에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며 정부에 길들여진 상태다.

2015년 4월에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도시 경관의 미학을 보존해야 한다’는 핑계를 들며 국내에서 위성 안테나 사용을 금지시키며 철거 명령을 내렸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다국어로 방송되는 주요 국제 뉴스 채널과 위성 안테나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던 국제 언론 매체들의 시청은 불가능해졌다.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터넷 사용은 겨우 2008년에야 허용되게 되었는데, 인터넷 사용률도 낮아 2022년 기준으로도 겨우 25.3%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이동의 자유도 제약을 받고 있는데, 투르크메니스탄의 주민들은 국내 여행을 위해서도 구소련 시절부터의 관행이던 ‘국내 여권’을 필요로 하며, 전 국민이 소지해야 하는 국내 여권에는 거주지를 기록해야 한다.

또한 투르크메니스탄은 비자 받기 극히 어려운 나라로 악명이 높다. 무비자 협정 자체를 체결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이 나라에 입국하려면 무조건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KFC 점포가 없다. 맥도날드, 버거킹 점포도 없다. 의외로 스타벅스 점포는 존재한다.

2019년 12월 18일, 당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차키예프 투르크메니스탄 내무부 장관을 접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12월 18일, 당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차키예프 투르크메니스탄 내무부 장관을 접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세계 4위의 찬연가스 대국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 미국, 캐나다 다음으로 세계에서 천연가스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다. 투르크멘 천연가스 부존량은 13.6조㎥로 세계 4위(점유율 7.2%)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과 에너지 교역 및 투자 등의 부문에서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고 카스피해 및 CIS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종교, 문화, 언어적으로 공통점이 있는 터키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중국을 잇는 공급라인이 2009년에 개통함으로써 천연가스의 동방 진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중국이 사실상 많은 공을 들였던 것이 사실이었고, 이 과정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한편 투르크메니스탄은 TAPI(Turkmenistan-Afganistan-Pakistan-India)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을 통해 아프간·파키스탄·인도로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마리(Mary) 지역의 갈키니쉬(Galkynysh) 가스전에서 시작하는 파이프라인은 그 길이가 1,814km에 달한다. 다만 정치적 혼란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경우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탈레반 세력도 가스관 건설에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2018년 말에 아프가니스탄 구간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 대신 유럽에 천연가스를 대체 공급할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투르크메니스탄의 카라쿰운하(Karakum Canal)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카라쿰사막 남부에 있는 세계 최장의 운하이다. 이 나라의 동부에서 남부를 싸고도는 카라쿰 운하는 아무다리야 강의 물을 카스피 해까지 인도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전장 1,400km) 배가 이동하는 운하로서, 수도 아시가바트 서쪽까지 개통하였다. 본래 물이 부족한 이 나라에 운하의 물이 주는 혜택은 매우 크다.

투르크메니스탄에는 세계적 관광 명소가 하나있다. 반세기 동안 불길을 뿜어내고 있는 초대형 분화구인 중앙아시아 관광 명소 ‘지옥의 문’(Gateway to Hell) 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시가바트에서 북쪽으로 약 260㎞ 떨어진 카라쿰 사막 한가운데 있는 지옥의 문은 1971년 가스 굴착 중 일어난 붕괴로 생긴 지름 약 60m, 깊이 약 20m의 분화구. 천연가스가 대기 중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을 붙인 뒤 50년 넘게 불길이 꺼지지 않아 전 세계에서 관광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2022년 1월 8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전날 정부 고위 관계자 회의에서 카라쿰 사막의 지옥의 문을 진화(鎭火)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세계적 관광 명소를 포기하며 진화 지시를 내린 건 분화구에서 나오는 불길과 가스가 주변 생태계와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8년에는 지옥의 문이란 섬뜩한 이름 대신 ‘카라쿰의 빛남’(Shining of Karakum)으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2019년 2월 22일, 당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무랏겔디 메레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석유가스부총리(수석대표)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투르크메니스탄 경제공동위원회 합의의사록 서명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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