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문민용
목사 문민용

일본 전국 시대 때 도꾸가와 이에야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 오다이라는 여인은 참으로 훌륭한 여인이었다.

어느 날 자기 아들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인질로 잡혀가서 오다 노부나가란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 오다이는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람을 찾아가 아들을 살려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자 그는 “내가 당신의 아들을 살려 준다면 그 대가로 나에게 무엇을 바치겠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가장 값진 것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그 어머니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내가 바칠 것은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당신도 어머니가 있습니다. 제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그 어머니의 눈물을 바칩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오다 노부나가는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살려 주었다. 아마도 그는 그 눈물에 담긴 커다란 어머니의 사랑을 보았을 것이다.

월터 반게린은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다. 그의 책에는 아들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월터의 아들 ‘매튜’는 어릴 적 만화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루는 매튜가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몇 권 훔쳐 왔다. 그 사실을 발견한 아버지는 아들을 엄하게 꾸중한 뒤 그를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책을 반납했다.

그래서 매튜는 도서관 직원에게도 단단히 꾸중을 들었다. 하지만 그 이듬해 여름에 아들이 이번에는 책방에서 만화책을 훔쳐 왔다. 그렇게 만화책을 훔쳐 오는 일이 자꾸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단지 훈계만으로 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들의 손을 잡고 서재로 끌고 들어가 말했다. “매튜, 아빠는 아직까지 너를 때린 일어 없어. 그러나 오늘은 너에게 도둑질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가를 가르쳐 주어야겠다.” 그리고 아들을 아주 호되게 손바닥으로 다섯 차례 때렸다. 아들은 방바닥을 내려다보고 서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는 “너는 여기에서 반성하며 혼자 있거라. 아버지는 나갔다가 잠시 후에 들어오겠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아들을 때린 속상한 마음에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그렇게 한동안 운 아버지는 세수를 하고 다시 서재로 들어가 아들과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여러 해가 지난 뒤, 매튜가 어머니와 둘이서 자동차 안에서 지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매튜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나는 아버지와의 그 일 이후로 다시는 도둑질을 안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도둑질은 안 할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가 물었다. “그때 아버지에게 매 맞은 것이 많이 아팠니?” 그러자 매튜는 대답했다. “엄마, 그래서가 아니에요. 나는 그때 아버지가 우시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아들 매튜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버지의 매가 아니라, 아버지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와의 1차 전쟁에서 승리한 후 ABC 방송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군 사령관을 초청해서 대담을 가졌다. 진행자인 바버라 월터스가 사령관에게 물었다. “미국인들은 당신을 폭풍의 장군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사령관은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가슴이 따뜻한 남자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웃었다. 진행자가 이어 질문했다. “오늘날 미국의 가장 큰 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질문에 사령관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그것은 이라크 같은 외부의 적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눈물 없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사령관은 남자에게서 따뜻한 눈물이 없어지면 미국의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옻은 보존력이 뛰어나서 한번 옻칠하면 만년을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구려 시대 벽화들이나 팔만대장경이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이유도 바로 옻칠 때문이다. 이 옻칠을 하는 것은 옻나무 수액이다. 옻나무에 상처를 내면 방어본능으로 독성 수액을 낸다. 즉, 옻나무의 수액은 결국 옻나무의 눈물이다. 그 눈물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것을 가지고 나무나 벽이나 쇠에 바르면 여러 색이 나오면서 천년만년 변하지 않는다. 그 눈물은 옻나무의 상처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그 상처를 덮고 싸매어 더 강인하게 만든다.

우리는 눈물을 연약함의 의미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눈물은 많은 감정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눈물은 때론 우릴 슬픔을 딛고 일어나 더 단단하게 만들고, 때론 감정을 표현하여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에 진솔하게 반응하며 흘리는 눈물이야말로 진짜 강인하며 가치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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