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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정의화의 일본국총리 방담 국익??/SPAN>

삼국지 시대에서 돈키호테 시절로 옮긴 게 지금 한국의 정치판 모습이다. 작금의 정치수뇌부들이 패권을 다툰 분열정치는 꼭 ‘삼국지’를 닮았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국군통수권자 역할을 하는 요즘 한국 정국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연상케 한다.

삼국지와 돈키호테는 쌍벽을 이루는 동서양의 명작소설이다. ‘삼국지’는 10권짜리 동양소설이요 ‘돈키호테’는 단권이지만 장편 서양소설이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삼국지라면 쓰고 싶은 소설은 돈키호테다. 독재자 동탁을 토벌하고자 천하의 영웅호걸들이 중원으로 몰려들어 패권을 다투는 이야기가 삼국지다. 나는 열번이나 삼국지를 읽었다. 동탁과 조조를 욕하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게 삼국지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군사독재를 대항하여 일어난 민주세력들이 민주대장정을 펼친게 3김정치다. 3김정치는 삼국지를 빼 닮았다.

“3김 물러가라”고 입만 열면 3김을 욕하면서도 3김정치를 즐기는게 한국인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3김은 40년 동안이나 한국정치를 주름잡을 수 있었다. 70년대초 박정희와 김대중이 격돌한 대통령 선거는 100만 대군이 황하를 뒤덮었던 삼국지의 적벽대전 만큼 장관이었다.

장충단 공원에 몰려온 100만 청중 앞에서 토해내는 김대중의 사자후에 놀란 박정희는 통장·반장을 동원해 보라매공원에 100만 청중을 끌어모아 인해전술로 맞섰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벌린 당권경쟁은 제갈량과 주유의 권모술수를 능가하는 지략의 극치였다.

동경에서 납치당한 김대중을 살려내려고 현해탄에 전투기를 띄운 미국 CIA의 ‘DJ 구출작전’은 007을 방불케 했다. 우여곡절과 반전을 거듭하면서 김영삼과 김대중이 차례로 대통령의 권자에 오름으로서 3김정치는 멋지게 대미를 장식한다.

기회주의자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끈질기게 3김역을 포기하지 않던 김종필이 일락서산(日落西山)으로 밀려나는 건 3김정치의 교훈이다.

3김정치의 승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다. 3김시대가 없었다면 아직도 박정희의 유신 독재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김재규가 권총을 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박지만이나 박근혜가 세습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하는 꼴을 봐뒀을 테니까.

3김시대가 막을 내리자 등장한 게 ‘돈키호테 정??? 정신병자 돈키호테와 바보 산초가 벌리는 기행은 독자들을 즐겁게한다. 노무현은 한국정계의 돈키호테다.

상고를 나와 공사판을 전전하다 고시에 도전한다. 당선이 보장된 서울을 마다하고 백전백패가 뻔한 한나라당의 표밭 부산에서 떨어져도 떨어져도 계속 출마한다.

거느린 계파도 없으면서 필마단기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뛰어든다. 지방 상고 출신으로서 서울법대 출신 이회창에게 도전한다.

돈키호테가 장난감 칼을 휘두르며 거대한 풍차에 달려들 듯 노무현의 정치행보는 언제나 무모해 보였다. 그런데 정신병자 돈키호테와 바보산초가 벌리는 기행을 똑똑한 독자들이 좋아라 재미있게 읽듯 유권자들은 똑똑한 이회창을 버리고 엉뚱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아줬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노무현은 돈키호테였다. 돈키호테식으로 탄핵을 정면 돌파하여 삼국지의 맹장들처럼 한국정계의 맹장들을 추풍낙엽으로 쓸어버렸다.

49명의 소수 국회원들을 이끌고 4.15총선에 도전하여 원내 과반수를 넘어 국회마저 정복해버렸다.

노무현이 돈키호테 전법으로 승리하자 박근혜는 ‘산초 작전’으로 나왔다.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으로 전멸위기에 빠지자 지역감정을 되살려낼 박정희의 망령이 필요했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정치적 고향을 찾아다니면서 순진한 바보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여러분은 저의 아버지를 사랑했고 저희 아버지는 여러분을 사랑했습니다.”

그러자 박정희의 망령이 무섭게 되살아나 한나라당은 지옥에서 탈출 할수 있었다. 박근혜의 산초작전이 한나라당을 구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정치는 돈키호테 정치다. 그런데 지금 한국정치는 슬그머니 돈키호테 시대의 깃발을 내리고 ‘실용주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백묘흑묘(白苗黑苗)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가릴 것 없이 쥐만 잘 잡으면 대통령 감이다. 매가 아니라도 꿩만 잡으면 된다. 국민들은 더 이상 개혁과 보수의 깃발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실용주의의 경제 청사진을 멋지게 그릴 줄 아는 정당이 이길 것이다. 옛날에는 전쟁무사들을 영웅이라 불렀다. 지금은 이병철·정주영처럼 경제인들이 영웅이다. 그래서 그들을 다룬 기업드라마가 ‘영웅시대’다. 한국 정계에 삼국지 시대와 돈키호테 시대가 끝났으니 이제 ‘영웅시대’가 올 차례가 아닐까? 국민에게 2만달러를 선사해 줄 영웅시대가!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 이는 최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각료 3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주목된다.

정부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등을 규탄하고, 청와대가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 정상회담도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아베 총리를 만나는 것은 `광폭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의장은 이부키 분메이 일본 중의원 의장의 공식 초청을 받아 오는 26~28일 일본 순방에 나선다고 의장실이 21일 밝혔다.

의장실은 “이번 방문은 의회 정상외교를 통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하고, 한·일 양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의회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재일 동포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일정은 방문 둘째날이다. 27일 오전에는 이부키 중의원 의장, 오후에는 야마자키 마사아키 참의원 의장과 아베 총리와 각각 연쇄 회담을 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일본 측 입장에 변함이 없어 정부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 수장이 아베 총리를 만나는 것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엇박자 행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정 의장은 남북 문제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 적잖은 논란을 빚었다.

정 의장은 앞서 11일(현지 시각)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차 로스앤젤레스에 들렀을 때 언론사 특파원들과 만나 “다음 달 말까지 북한 측에 남북 국회회담을 정식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원내대표는 “자기(정 의장) 맘대로 하면 안 된다”며 “국회 구성원에 대한 결례”라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남북 국회 회담을 제안한 시점과 절차를 모두 비판했다. 그는 “(북한 최고위급) 3인방이 와서 (남북 대화가) 잘 되나 했더니 그 이튿날 (서해 NLL 침범) 사건이 터졌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릴지도 모르겠다”며 “(남북) 고위급 회담 추이를 보고 동시에 국회에서 교섭단체별로 의견을 수렴해서 방향성과 구체성을 가지고 정부에 (국회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하는 등 절차를 신중하게 밟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이후 상황을 봐가면서 (남북 국회회담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정 의장의 남북 국회회담 추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혼자만 잘만체 하는 정의화의장이 정상회담 자체가 중단된 작금에 아베를 만난 결과는 한 마디로 비참 그것이다.

서울중앙취재본부장 조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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