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이여!

김성대

보고 싶은 친구야

오는 해는 그러려니 하고

가는해를 붙잡아 놓기가 너무 힘들구나

이곳저곳 꽃 잔치에 초대받아 가느라고

바쁜 일상에 아무 소식도 없었지만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너에게

이렇게 또 안부를 묻는다

 

보고 싶은 친구야

강 건너로 부는 가을바람 따라

내 작은 몸뚱이 발붙일 땅에

이리저리 방황하다 멈추어

설렜던 마음 지워가는

세월의 흔적을 잡을 수가 없지만

천연덕스럽게 울고 있는

꼿꼿한 꽃들이 아우성치고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보고 싶은 친구야

보이지 않은 내 탓 네 탓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되었구나

내가 하던 일도

네가 해오던 일과도

하나둘 망각忘却]이 되어 점점 침몰沈沒되어

눈앞의 속살이 훤히 보이는 언덕 너머로

모든 것을 멈추어 영영 떠나 버리게 하더라

 

보고 싶은 친구야

꼭 한 번만이라도 잡았던 손을 펴보렴

그리고 천 년향 만리향 잃었던

너의 향기를 가슴에 가득 담고

홀연히 떠나가는 가을바람 따라

뜨거운 눈물을 거두고 자유롭게

아름다운 산야로 맘껏 달려가고 싶다

 

보고 싶은 친구야

누군가의 잘못으로 오열嗚咽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참사大慘事로

희생된 못다 핀 사랑스러운 임들이여

아!

우리 곁을 영영 떠나가는가

고이고이 영면永眠하소서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아픔

잘 치유治癒하시기 바랍니다

 

김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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