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6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최근 문 후보자의 6·25전쟁과 일본의 식민지배 등 과거 역사인식 발언 등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청문회를 통해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혹동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청문회 보이콧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청문회에서는 문 후보자의 발언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총리 후보자의 재산이나 병역 문제 등이 논란이 됐던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6월15일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는 2005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3·1절을 맞아 일본의 과거사 배상문제를 언급하자 칼럼을 통해 "이미 끝난 배상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비판했고, 지난 4월 서울대 강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사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에 대해선 2011년 한 교회 특강에서 "(하나님이) 6·25를 왜 주셨냐, 미국을 붙잡기 위해서. 하나님이, 돌아보면, 미국을 붙잡기 위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강연에서 남북대화를 통해선 통일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후보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야권은 이념편향 등을 지적하며 집중 공격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문 후보자는 망언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나야한다는 것이 민심의 요구"라며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세력들이 열렬하게 환영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무총리 후보자라는 현실 앞에 우리 국민들은 심한 모욕감과 수치스러움마저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민족성을 매도하고 정신이 타락한 국무총리는 석연찮은 재산 증식의 국무총리보다 더 자격이 없다"며 "아무렇지 않게 친일파들의 내선일체론과 민족개조론을 현대판으로 변형하여 설교하는 사람을 우리 국민은 국무총리로 인정할 수 없다"고 자진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사실상 야권은 문 후보자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린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문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청문회가 개최되더라도 역사인식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통해 낙마시킨다는 방침을 토대로 칼날 검증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권의 공세를 적극 막아내면서 청문회를 통해 문 후보자의 소명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데 이어 문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국정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청문회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의 발언이 대부분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토대로 전체 강연의 동영상을 살피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윤상현 사무총장은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두둔한 바 있다.

한편 청문회를 거치더라도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또 한 차례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문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재 새누리당은 전체 의석수 285석 가운데 148석으로 과반을 넘기는 하지만 '이탈표'가 발생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어 안심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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