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다. 또 김종필 전 국무총리 좌우명이기도 했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보니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공을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최고의 도(道)는 가다가 바위를 만나면 나뉘어 비켜가는 물과 같이 몸을 낮춰 다투지 않는 것이라 했다.

여·야가, 노·사가, 국가와 국민이 서로 입장을 달리해 극한 대립 내지는 무시, 방관하는 이 시대적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보게 된다.

중국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철학자인 노자의 대표적 저서 도덕경 제8장에 보면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나온다. ‘가장 위에 있는 선은 가장 위대한 착함이고 이는 곧 물처럼 사는 것'이란 뜻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아니하고,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道)에 가깝다. 거할 때는 낮은 곳에 처하기를 잘하고, 마음 쓸 때는 그윽한 마음가짐을 잘하고,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사랑하기를 잘하며, 말할 때는 믿음직스럽기를 잘하고, 다스릴 때는 질서있게 하기를 잘하고, 일할 때는 능력있게 하기를 잘 하고, 움직일 때는 시의적절(타이밍)하기를 잘한다. 대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다.

노자의 도덕경은 일종의 제왕학(帝王學)이다. 왕(대통령)에게 통치의 요결(要結)을 제시하며 ‘물처럼 정치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대 많은 통치자들은 반드시 도덕경을 읽었으며 물처럼 선하게 정치하려고 노력했었다.

만물을 이롭게(살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 것이 물의 특성이다. 그 유연성과 부드러움 및 적응성은 언제나 본받을 특성인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더 높은 곳을 찾고 낮은 곳에 취하기를 싫어하는데 물은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가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툼이 있을 리 없다. 다른 사람이 가기 싫어하는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또 도덕경 제2장에 나오는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는 구절도 '공을 이뤄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떠난다'는 의미이며 이 또한 다툼을 예방하는 길이다.

흔히 자기 공로를 자기가 누리려고 한다. 곡식을 심은 자가 식수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성경에는 여러 사람이 협력해 선을 이룬다고 가르친다. “나(바울)는 씨앗을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나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심는 사람이나 물을 주는 사람은 별 것 아니지만 자라게 하는 하나님이 최고다. 이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다 함께 기뻐할 일이다."(고전 3:6-9)

도덕경 78장에서도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만, 굳고 강한 것을 치는 데 물만한 것이 없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유연함이 단단함을 이긴다. 천하에 모두 이것을 알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적은 것이다.

끝으로 물의 속성을 살펴보면 ①물은 공평을 이루고 있다. ②물은 완전을 나타내고 있다. ③물은 상황에 따라 한없이 변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다. ④물은 항상 겸손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삶, 작은 구덩이라도 메워가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유연함, 겸손함, 기다림 ,여유로움, 새로움을 지켜간다.

특히 물은 ①낮은 곳으로 임한다(居善地) ②깊은 마음을 갖고 있다(心善淵) ③누구에게나 은혜를 베푼다(與善仁) ④말은 신뢰를 잃지 않는다(言善信) ⑤정치는 올바르게 한다(正善治) ⑥일은 능률있게 한다(事善能) ⑦얼 때와 녹을 때를 맞춰서 움직인다(動善時).

최소한도 헌법기관의 장들은 노자의 도덕경을 직무연수 교재로 삼아 명심보감과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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