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시상식에서 여배우 캐서린 드뇌브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심사위원장 “만장일치로 선정”

한국 다뤘지만 모두의 삶 그려

외신 “아주 재밌게 볼 수 있어”

세계적으로 한국영화 위상 제고

국가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

영화계 높은 자부심 느낄 것

(박진우 기자) 봉준호(50)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 감독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 영화계는 물론 주요 외신의 관심도 뜨겁다.

지금까지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이룬 최고 기록은 2004년 박찬욱(56) 감독이 '올드보이'로 2위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수상했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6)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선정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생충'은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한국을 다뤘지만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있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평했다.

수상 직후 세계의 주요 미디어는 봉 감독과 '기생충'을 집중 보도했다.

BBC는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기생충'은 사회 계층 간의 역학 관계를 탐구하는 블랙 코미디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미 '옥자'로 2017년에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옥자는 당시 넷플릭스 최초 상영작으로 논란을 낳았다. 올해는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 부문 진출을 금지한 두 번째 해"라며 2년 전 시비도 언급했다.

가디언은 "봉준호는 두 번째 아시아인 황금종려상 수상자다. 첫 번째는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기생충'은 극중 주인공이 끄는 메르세데스 벤츠만큼 부드럽게 전개되는,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 장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은 부잣집에서 일을 구하는 가난한 가족 사기단을 다룬 사회 풍자극"이라고 썼다.

이들 미디어는 봉 감독이 2년 전 '옥자'의 논란을 밟고 일어서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한국인이 됐다며 높이 평가했다. 앞서 봉 감독은 2년 전 '옥자'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초청됐지만, 넷플릭스 논란에 휩싸이며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황영미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영화평론가)는 "영화는 아직 관람하지 못했다. 주제적 측면으로는 봉준호 감독이 지속적으로 영화에 담아왔던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점이 칸영화제의 방향에 어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옥자'로 연출역량을 인정받은 점도 유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의미는 각별하다. 황 교수는 "세계적으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한국문화의 수준을 재평가하게 만든 쾌거라고 생각된다. 국가경쟁력은 경제적 측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칸영화제 수상으로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수상으로 아시아 영화는 2년 연속 최고상을 가져갔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57)의 '어느 가족'이 지난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진승현 호서대 영상미디어전공 교수(영화감독)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영화인에게 최고 영예의 상이다. 중국과 일본은 황금종려상을 몇 차례 받았지만, 한국영화만 유독 인연이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크다"고 봤다. "봉 감독이 한국영화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대단한 영광을 안았다. 한국 영화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영화인들이 높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됐다."

'기생충'은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한국영화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기생충'은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멕시코·브라질·호주·뉴질랜·일본·태국·대만·홍콩·마카오·말레이시아·필리핀 등지로 수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30일 국내 관객을 만난다.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50)·이선균(44)·조여정(38)·최우식(29)·박소담(28)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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