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이 대만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판박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대만은 국민투표로 원전 재가동을 했고, 우리는 아직도 에너지 안보를 정치적 문제로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국민들은 탈원전으로 대기환경오염, 불안정한 전기공급이 민심을 얻었다. 대만은 지난2017년10월, 전력예비율이 사상 최저치인 1.62%까지 떨어져 원자력 규제기관인 행정원 원자능(AEC)는 대만 남부 핑둥현의마안산 원전 2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고, 2호기에 이어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었다.

원전 재가동 결정으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최대 위기에 몰렸다. 차이잉원 총통은 2025년까지 대만에서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의 정지를 뜻하는 2025 비핵화 공약을 앞세워 총통에 당선됐다.

지난 집권당인 민주진보당 주도로 오는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정지하는 에너지법 안을 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전을 가동하지 않겠다는 정책으로 대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지금의 4%에서 오는 2025년 20%까지 점차 확대하기로 했으나, 이 정책을 추진한 당이 결국 반대 입장이 됐다.

지난 14일 정부여당의 중진 송영길 의원을 비롯한 다른 의원들도 신한울 3,4호기 까지 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탈 원전을 표방한 대만의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를 통해 관련법을 개정하여 재가동하기로 한 대만의 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고집도 대만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야당인 한국당에서도 탈 원전 반대 투쟁위원회가 가동 중이고,원자력 학회, 시민단체서명운동,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탈 원전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탈핵, 반핵을 표방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대만을 모델로 삼아 탈핵, 탈원전 운동을 벌여왔고, 탈원전 공론화위원회도 정부발표와 다른 해명으로 장기적 계획을 말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신한울 3, 4호기까지 중단시켜 매몰 비용을 포함 하면 약 7000억의 국고손실을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는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2025년 신재생에너지 20%를 벤치마킹 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한국의 탈핵 진영은 2000년대 초부터 대만과의 연계를 통해 경험 공유, 주민투표 추진, 탈핵교육, 안전문제의 정치 이슈화 등 유사 전략을 추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움직임은 민진당이 주도해온 대만의 비핵화 움직임과 판박이라 할 정도로 흡사하다. 대만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반핵 운동이 되살아났다. 결국 마잉주 정권은 민진당의 반핵시위에 굴복해 ‘재평가’라는 명목하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룽먼원전 건설을 동결해 버렸다. 2016년 대선에서는 ‘2025년 비핵국가’를 공약으로 내건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집권과 함께 2018년 동결조치 해제는커녕 영원히 흉물로 남을 가능성이 커져 있었다.

민진당의 반핵 기조는 대만 사람들의 원전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에 편승한 측면이 있다. 대만은 한국과 달리 섬 전체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지진대 위에 있다. 1700년대 이래로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26회, 6.0 이상의 지진은 68회가 발생했다. 1999년에는 대만 중부 난터우 에서 발생한 대지진(9·21대지진)으로 2400여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대참사가 일어나 이를 계기로 집권한 민진당이나, 한국의 민주당이나 유사하다.

원전이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지나치게 가까운 것도 문제다. 대만 제1원전(진산원전), 제2원전(궈성원전)은 수도 타이베이에서 직선거리로 각각 28㎞, 22㎞에 불과하다. 지금도 진한 유황 냄새와 함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타이베이의 활화산인 양밍산(陽明山) 바로 아래다. 진산원전과 궈성원전의 경우 반경 30㎞ 이내 인구가 각각 550만명, 470만명에 달한다. 한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 가운데 인근 거주인구가 가장 많은 고리원전은 167만 명에 그친다. 주변 인구가 가장 적은 경북 울진 한울원전의 경우 34만명에 불과하다.

대만이 국민투표로 원전 재가동을 하게 만든 주도적 역할을 한 예종광 대만 칭화대 교수는 지난 1월1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자력 관련 세미나에서 대만이 원전재가동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은 “첫째, 대기오염으로 화력발전에 의한 대기오염이 심각하고, 둘째,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라고 했다. 이것이 대만국민들의 민심으로 나타난 것” 이라고 했다. 지난 13일부터 3일간 계속된 미세먼지는 대책이 없는 가운데 탈 원전을 포기하지 않으면 화력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는 증가되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발전규모에 비해 환경적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며, 보조전기로는 가능하지만, 대체전기로는 불가능하다.

원전 원천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원전 수출전략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원자력 공론화를 믿지 못하겠다. 우리도 국민투표를 하자”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안보에 있어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 면적이 남한 면적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화산과 지진으로 불안한 대만에서도 탈원전을 포기하는데 우리는 왜 포기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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