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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청와대 민원실을 찾았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을 유지할지를 배경으로 ‘지난 대선 때 선거공약을 뒤집는 일이다’라며 대선 공약파기의 명분을 가지고 청와대 압박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과연 야당대표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그 결과를 가지고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면담을 요구했을까. 건국 이래 지금까지의 이른바 영수회담 형태를 보면 보통은 여야의 사전 합의 하에 회담에 걸 맞는 의제를 가지고 시간, 장소 등을 조절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 안대표의 청와대 민원실 방문은 좀처럼 보기 드문 파격을 넘어, 상대방을 무시 하는듯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당사자는 우선 차기 유력한 대선후보인데도 불구하고 청와대 민원실에서 이런 식으로 면담을 거절당했다는 일종의 시위성격의 해프닝에 염두를 두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입장을 바꿔서 안대표 요구대로 대통령이 그 민원실에 나왔다 치더라도 그것 역시 결코 탐탁한 일은 아니다. 역지사지로 우리 일반 국민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면담을 요청한다고 해서 과연 쉽게 성사 될 수 있을 까. 그 어떠한 경우에도 면담절차가 있고, 상대방의 의사를 살피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안철수 대표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재선거와 대선을 거치면서 새정치 표방과 구태정치 근절을 주장하며 국민적인 신뢰를 얻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국민적 신망이 두터운 후보 중에 한명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방문은 안 대표의 계산된 행동이라면, 패착이 아닐 수 없다. 또 대통령이 순수차원에서 안 대표와 면담을 거쳐 정당공천을 포기 하겠다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모든 일이 해결 된 것일까. 현재 국회 다수당인 여당 의사와 관계없이 대통령 자신이 야당 대표와 단독합의로 모든 결정짓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 국민은 없을 뿐만 아니라, 안대표 자신도 그런 판단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김한길 대표가 소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일반 대중의 화두가 되고, 또 그 단어로 여러 차례 청와대와 대통령을 공격한 사실로 비추어 과연 안대표의 사전 통보 없이 기습적으로 벌인 이번 청와대 민원실 방문은 혹시 또 다른 불통의 이미지를 획책한 의도는 아닐까, 아니면 당 안팎 무공천 철회 압박으로 코너에 몰린 안철수의 정면 돌파일까.

송지순 서울중앙취재본부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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