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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에서 또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가 8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부진한 고용 사정과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또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3%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서 0.1%p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연 1.50%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연 1.25%의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8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금리동결 배경은 내수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칫 금리인상에 나섰다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발표된 고용지표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췄다. 6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2000명에 그치며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10만 명대에 머무른 것이다.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목표 수준에 근접한 물가상승률이라는 '퍼즐'도 아직 맞춰지지 않았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1.5% 올라 한은의 목표치(2.0%)와는 차이가 났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상반기 지속적으로 1%대에 머물고 있어 올해 목표치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한은의 금리인상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성장세는 지난 4월 전년동기대비 1.5% 줄었다가, 5월 반등하긴 했으나 6월 다시 감소하며 주춤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권 안에 있는 국내 수출이 만약 타격을 입을 경우 경제 전반이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관련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 흐름이 지난 4월 경로하고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불확실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진게 사실"이라며 "대표적인 불확실성이 글로벌 무역분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 요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히 살펴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2%대로 낮춰 잡은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2년 연속 3%대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정부의 올해 3% 성장률 달성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정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내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8~2.9%로 전망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로 내다봤고, 한국금융연구원(2.8%), 한국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8%), 현대경제연구원(2.8%) 등이 각 2%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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