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짇고리속

박 정 용

 

황학동 난전에서 비오는날 사들였던

반짇고리 하나

반 백년은 족히 내 집 귀퉁이 어디쯤

소리없이 앉아 있었다

 

어느 날 쓰지않은 물건 찾아 버릴려고 하는날

아직은 대살이 튼튼하게 각진몸으로 남은 그 속엔

튼튼한 모습으로 있는 오죽으로

만든 까만 빗하나 그리고 나무실구리

얼마나 기다린 세월인가 하얀 분가루 온 몸에

품어낸채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모습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보고 또 다시 보다가

 

보드라운 명주수건 꺼내 긴세월 흔적

닦아내니 부끄러운 웃음 마냥 까만 빗살 들어낸다

얼마나 오랜 세월 참고 기다렸는지

오래된 조상의 머리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쪽진머리 가르마길 내고 시집가는

그날에도 황홀한 호롱불 밑에서

고운결을 내고 있었던 그 흔적

 

아직도 부끄러운 뒷머리 빗어내리는

여인으로 남아 있는 반짇고리속 빗하나

거기엔 아버지의 누나가 있었고

할머니의 어머니도 숨어 계셨다

 

반짇고리 속은 속 깊은 여인이 숨어

기다리는곳 동짓달 기나긴 밤 풀고감는

실타래도 무심한듯 남아 있었다.

 

 

약 력

-아호:동재 (栋材) /해운대 거주

-오클라호마 주립대

-문학시선 발행인 겸 /시 인/평론가

-동인지 /꾼과 쟁이

-갈맷길 유네스코 등재 민갼추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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