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논란과 관련해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더이상의 소모적인 NLL(서해북방한계선) 정쟁을 중단하고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NLL 대화록 실종 논란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에는 이제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는 지도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대화록 열람의 목적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확인을 위해서라고 강조한 것도 불리해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국정원 국조가 NLL 정국속에 가려지면서 민주당이 당초 목표로 했던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의혹 진상규명이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국면전환 시도는 문재인 의원의 개인성명 발표로부터 가속화됐다.

문 의원은 지난 18일 이후 닷새간 침묵을 깨고 23일을 개인성명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NLL사수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이제는 NLL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정원 국정조사에 집중할 것을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그는 "이제 국정원 국정조사에 속력을 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대선 개입 그리고 대화록 불법유출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이미 NLL을 충분히 활용했다. 선거에 이용했고 국정원 대선개입을 가렸다. 그 정도 했으면 NLL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김한길 대표도 NLL 대화록 논란에 대한 수습작전에 돌입한다.

김 대표는 24일 오후 1시30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과 관련해 입장표명에 나선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NLL논란을 종식하고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휘둘려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당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민주당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국의 초점을 대화록 유실 문제에서 국정원 국조로 이동시키고 민생 문제에 집중, 수세국면을 탈피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 대표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석관동 주민센터에서 현장 최고의원회의를 열고 아파트 관리비 등 주거비 문제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에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당내에서도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기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박남춘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NLL 정쟁이)한 달 이상 진행이 됐다. 국민들 굉장히 짜증스러울 것"이라며 "게다가 정상회담 대화록이 없어서 국민들께 참 민망한 일이다. 지금 이 상태에서는 빨리 논란을 끝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NLL문제를 종식시켜야 한다"며 "이모든 문제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정원 국조를 통해 국정원의 불법대선 개입문제, 경찰의 축소은폐 등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그동안 대화록 정국을 주도해온 문 의원과 친노세력에 대한 책임론이 고조되고 있다. 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친노는 물론 지도부는 일단 문 의원 지키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계파로 인한 당내의 불협화음에 대한 불안감 탓이다.

박남춘 의원은 문 의원이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개헌선이 넘는 3분의 2의 국회의원이 동의했다. 같이 동의해 놓고 이제 와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다 져라. 이거 맞지 않다"며 "아마 문 의원이 유력한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가해지는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NLL대화록 논란으로) 내부에서 갈라서기 하거나 그런것은 아니다"라며 "문 의원의 제안에 지도부가 끌려다는 것도 아니다. 제안을 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문 의원에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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