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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0.4t(mm) LED(발광다이오드) 칩이 요즘 서울반도체를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입니다."

서울반도체에서 20년 넘게 근무해온 이정란 SL생산팀 차장은 지난 20일 서울반도체 안산 공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백라이트 유닛(BLU) 칩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차장은 "경쟁사들이 주로 1.0t 제품을 만들 때 서울 반도체는 0.4t 초박형 제품을 개발해 LED칩 시장을 공략했다"면서 "갈수록 고객사들의 요구는 까다로워지고 구현해 내야하는 LED 색상 역시 세분화되고 있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최신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TV 등 최신 IT 제품에 들어가는 LED 칩에 서울반도체 제품이 다수 들어가 있다"면서 "조명뿐 아니라 IT, 자동차, 야외 전광판 시장 등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통해 고객사를 늘려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반도체는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일본의 니치아, 삼성전자, 오스람, LG이노텍에 이어 글로벌 LED 패키지 5위를 기록하는 업체다. 코스닥 상장사인 서울반도체는 올해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자회사인 서울옵토디바이스 역시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스마트허브에 위치한 서울반도체 안산공장은 불황 속에서도 연신 바쁘게 기계를 돌리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전체 직원은 1300명으로 300명 이상이 3조2교대로 공장에서 근무해 월 15억개, 연 180억개의 LED패키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날 찾은 안산 공장은 여느 반도체 공장과 마찬가지로 흰색 클린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분주하게 LED 패키지 칩을 운반하고 있었다. 안산 공장은 크게 조명용 LED 칩과 IT 제품용 LED 칩을 생산하는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우선 IT 제품 LED 칩 생산하는 곳을 찾았다. 이곳은 90% 이상이 자동 공정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자회사인 서울옵토디바이스에서 받아온 웨이퍼에서 LED 반도체 칩을 분리하고 각 LED 제품의 성격에 맞는 칩을 만들고 있었다.

눈에 띄는 공정 중 하나는 LED 각각의 색을 내는 광원을 만들기 위해 특수 액체를 조합하는 작업이었다. 각각의 액체를 몇 퍼센트의 비율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천차만별로 변한다. LED 칩 생산 공정 중 가장 신경 쓰는 공정으로 서울반도체의 기술력이 총 동원된 곳이다.

이 차장은 "단 1미리리터(㎖)의 조합이 달라져도 전혀 다른 색을 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재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작업을 하지만 조만간 더욱 정교한 작업을 위해 기계 자동화 공정으로 전환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공정상의 어려움과 전문성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직접 LED 칩을 만들기 보다는 우리와 같은 칩 전문업체들에게 제품을 공급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LED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공정에서도 눈길이 갔다. 보통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선은 구리나 알루미늄 등을 사용하지만 이곳에서는 금선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차장은 "원가는 높지만 아직 금을 대체할 만한 선이 없다"면서 "이 금선을 통해 LED 칩의 전기가 흘러 빛이 빠르게 들어오게 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각 칩의 크기에 따라 칩을 분류하는 공정, 분류된 칩을 영화 필름을 감는 '원형 롤'과 같은 곳에 포장을 하는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공정에서는 0.4t의 칩 수십 만개가 포장이 돼 각 세계 곳곳으로 보내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반면 조명에 들어가는 LED칩과 패키지를 만드는 공정에서는 다수의 글로벌 조명업체에 공급되고 있는 '아크리치' 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통상 부품 업체들이 자사의 제품을 납품할 때 고객사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자사가 개발한 기술을 통해 '아크리치'라는 고유 브랜드를 만들었다.

기존 LED 조명은 직류(DC)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컨버터나 드라이버 등 변환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반도체가 개발한 '아크리치'는 교류 직접 구동 LED 모듈로 별도의 컨버터가 필요 없다. 전력 절감 효과가 큰 것은 물론 불필요한 회로가 줄어 수명도 길다.

기존 LED 대비 전류밀도를 높여 동일 면적의 칩에서 최대 10배 밝기를 구현하는 '엔폴라' 역시 지난해 7월 양산에 성공한 기술로 서울반도체의 고유 브랜드다.

공장을 나오면서 공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 프랑스의 에펠탑, 이집트의 사원, 터키의 아트 센터 등 세계의 유명한 관광지의 야경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붙여 있는 이유를 묻자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서울반도체의 LED 칩 제품이 들어간 곳 "이라며 "유명한 글로벌 조명 회사에 서울반도체의 LED 칩이 안들어간 곳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저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안산에서는 삼성전자 직원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한다"면서 "삼성전자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직원들 모두 삼성전자 못지 않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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