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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의 무신정권과 현 정치에서의 권력구조 상관관계

최근 에드워드 슐츠 하와이대 명예교수가 고려 무신 정권을 주제로 최근 번역·출간된 연구서가 '무신과 문신'으로 지속되고 있다. 서강대 교환교수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슐츠 교수는 "1000년에 걸친 고려와 조선의 문신 지배 전통에 견줄 때 무신 집권기는 진지하게 연구할 가치가 없는 대상으로 치부되고 일종의 변칙이나 예외로 간주됐지만, 당시에도 고려는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으며 문화적으로도 찬란했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같은 인식공감에 따라 고려 무신정권 시대를 신중하게 조망해 봤다.

대개 1170년 정중부가 주도한 '무신의 난'부터 1258년 최의(崔竩)의 피살로 4대에 걸친 '최씨 정권'이 몰락할 때까지 88년간을 '무신 정권'이나 '무신 시대'로 부른다. 이 시기를 고려사의 '암흑기'나 '실패의 시기'로 단정하는 것은 부분적이고 일면적인 해석을 필자로 하여금 생각게 했다. 특히 최충헌의 집권으로 '최씨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전체 관직에서 문반(文班)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대 74%까지 높아졌다는 것을 분석해 낼 수 있었다.

고려 무신정권의 시대는, 무신이 문신들을 숙청하고 집권에 성공했지만, 고도로 발달한 고려의 조정을 이끌기 위해서는 행정 능력을 갖춘 문신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당시 최충헌은 최씨 정권에 협력한 학자는 물론이고 비타협적인 인물까지 모두 초청해 작문 경연을 열었을 만큼 예술과 문학 후원자를 자처했다. 최충헌 집권 이후‘무신 정권’이 문신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고려가 세련된 행정적 단계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준 하나의 반증이다.

최충헌 집권 이후‘무신 정권’이 문신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고려가 세련된 행정적 단계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준 것 이다. 박정희 정권과 고려 무신정권을 주목하여 비례해 볼 필요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최충헌은 모두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경제·문화 분야에서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군사력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그 속에서도 문치(文治)를 중시했던 점 역시 닮았다." "박정희 시대는 민주주의보다 독재에 가까웠지만, 경제 발전의 기반을 닦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本紀)', 2012년 '신라본기''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를 구체적으로 분해해 봐도 공통의 연대성을 밝혀 낼 수 있다. 이 내용은 현 정치시대에서의 권력구조 개헌에 있어 시사하는 바에 더하여 반면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이같은 무신정권의 인식은 한국민들의 구조적인 피지배적 순종적 문화뿐만 아니라, 권력구조의 유형이 한국발전에 어떻게 작용이 되어 왔고, 되어 갈 것이라는 점을 예단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아직은 비주류 중심이기는 하지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헌법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사령탑으로 하는 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닻을 올리면서 "혁신과 개헌은 불가분의 문제"라며 개헌 논의가 급격하게 꿈틀거리는 분위기다.

개헌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이 이 의원의 개헌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김무성 당 대표가 '선(先)국회정상화, 후(後)개헌논의'라는 원칙을 내걸고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혁신위 활동과 맞물려 당내 개헌 이슈는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강력한 가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0조에 이르는 헌법 규정 중 국회에서 거론되는 핵심 개헌 이슈들은 국회, 정부 등의 통치구조(40~130조)다. 이 가운데서도 정치권은 물론 법학계에서도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3대 개헌 이슈(분권형 대통령제·대통령 임기·국회 개편)와 관련해 지난 상반기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개정 제안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개헌 방향과 쟁점을 분석한다.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수술은 개헌 논의의 첫 관문이자 최우선 순위다. 여당의 대표적 개헌론자인 이재오 의원과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제를 혼합한 권력구조로 '분권형 대통령제(혹은 이원집정부제)'를 공통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최근 레이더P 여론조사에서도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헌법 66조 각 조항들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부 형태를 대통령제로 규정하고 있다. 자문위와 이 의원은 이 같은 대통령제가 1인 집중형 권력구조의 폐해를 만들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며 대통령과 총리, 입법부와 행정부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는 '협치'의 권력구조를 제안하면서,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 의원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총리가 법률안 제출, 예산평가, 행정입법 등 국내행정 일체를 총괄하고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교 국방 통일 등 주로 외치를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66조와 총리 역할을 규정한 85조를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유형은 '정부는 대통령과 행정부로 구성한다.' '헌법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정하지 않은 정부의 권한은 행정부에 속한다.' '국무총리는 국정운영의 결과에 대해 국회에 책임을 진다.' 등이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한반도의 지형, 정치 내·외적 조건, 국민들의 특성, 대북과의 긴장국면 등으로 볼 때 대통령 임기 6년의 중임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헌법(제70조)을 개정해야 한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로의 개헌과 함께 관심을 끄는 이슈는 현행 '5년 단임'인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에 한해 중임을 허용해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선거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임기 문제에서 헌법학자들의 중론은 4년 중임"이라며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임기 6년을 보장하여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의 실천을 담보받아야 한다. 4년 중임제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2기 정부의 '조기 레임덕' 현상만 재촉할 뿐이다. 따라서 '6년 중임제'가 더 적합하다는 결론이다.

마키아벨리의 ‘시민군주론’이 대통령제의 사상적 배경이라는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력한 대통령의 리더십이야말로 대통령제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민주주의적 독재’라는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최근에 논의 회자된 바 있는, 이른바 연정구상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이원집정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통합과 타협은 대통령이 국정의 주도권을 장악했을 때 반대파가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합리적 판단에서 취해지는 것이지, 대통령 개인의 선의에 기대 반대파에 타협을 요청하고 스스로 권력 분산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임기를 나눠서, 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시기와 독재적으로 운영한 시기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외교적 능력을 동원해 안보위협을 극복한 것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도성장의 경제적 업적을 성취한 것은 이후 독재 시기와 구분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체제를 하드웨어 차원에서 비교적 훌륭하다.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잘 따져보지도 않고 제도개혁을 합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그렇다면, 필자가 보는 정치개혁안은 무엇일까. 6년의 임기와 중임제다. 대통령의 임기는 1년 늘리고, 입법부는 양원제로 하고, 국회의원의 임기는 1년 줄여야 한다. 국회의 반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이지만 말이다.

서울중앙취재본부장 조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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