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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원자력 발전 선진국가들은 이제 한계 수명에 도달한 원자력시설 해체 사업에 뛰어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국가들은 원자력 해체 시장 우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사업자인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원전 해체 전문자회사(CIDEN)를 설립, 해체 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영국은 2005년 원자력시설 해체사업 공사(NDA)를 설립,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인 정책 및 사업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상용 원자력 발전이 원자로 설계 수명 기한인 30년을 넘어섰다. 연구용원자로(TRIGA)도 퇴역함에 따라 원자력 시설 해체가 시급한 국책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원전 해체 관련 기술과 인력 등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흡한 현실이다. 고리원자력본부의 고리원전 1호기의 법적 수명을 다하는 2017년 이후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해체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진흥위원회는 2012년 11월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반기술 개발계획'을 심의,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는 향후 예상되는 국내·외 원자력 발전소 해체에 대비해 '원자력시설 해체기술 종합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9년까지 총 1473억원을 들여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연구개발과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설·장비 등 기반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원전 435기 가운데 30년 이상 운영 중인 것은 212기, 영구 해체를 앞둔 원전은 135기로 집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해체가 이런 수준일 경우, 2030년에는 500조원, 2050년에는 10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전 23기 중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2020년까지 12기가 영구 정지되고 향후 70년 간 14조원의 원전해체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전 해체 기술력은 핵심기반 기술 38개 가운데 17개만 개발을 마쳤고 나머지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는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 대비 7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수명을 다한 원자력시설의 안전한 해체기술 개발이 새로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경주시민들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이 들어선 경주에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는 필연이라는 논리다. 경주는 원전과 방폐장 등 원전 국책사업을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 과감히 수용했다. 지역의 분열과 갈등 속에 원전과 방폐장을 유치한 것은 오직 국가와 지역발전의 염원 때문이었다.

정부도 2005년 11월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시에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으로 55개 사업에 3조429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방폐장을 유치한 이후 8년이 지난 현재 지원사업 이행율은 42.5%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방폐장 유치 3대 국책사업 중의 하나인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에 따른 지역 내 갈등과 후유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주는 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국내 원전의 지리적 중심지이자, 전국 최대의 원전 집적지이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안전 및 개발 관련 시설은 국내에 17개나 있지만 경주에 전무하다. 특히 경주는 원자력해체 필수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방폐장)이 위치해 원자력 해체시장이 요구하는 조건을 선점하고 있다. 또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등 첨단과학 연구 인프라가 조성돼 있다. 이런 이유로 경주에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가 와야 한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에 따라 국제원자력인력양성원, 제2원자력연구원, 원자력기술표준원 등 원자력 핵심기관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또 지역의 원전기능인력양성사업단과 동국대·위덕대, 포항의 포스텍 등과의 연계로 국내 최고의 해체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함께 경주시·경북도는 지난 3월 차세대제염해체원천기반기술연구센터와 원자력 제염해체기술 연구지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2012년부터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 경주에서는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를 유치, 경북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거점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폐장 등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반 기술 인프라가 다른 유치지역 보다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주 유치가 '필연'이라는 이유다.

최양식 경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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