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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보상과 박미자

"내가 지금은 왜놈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 내 이 시신을 조국에 반장하지 마라, 이 나라가 광복된 뒤에 조국 땅에 묻어도, 지금은 왜놈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

10월 26일은 1909년 일제수탈의 원흉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 의거일이다. 체포된 후 무참히 고문을 받았지만 독립운동 관련사항을 단 한마디도 발설하지 않았고, 독립전쟁을 수행하다 체포되었으니 전쟁포로로 대우해 달라고 당당히 주장하던 그의 의연한 기백은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후손으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는 과연 그 결연했던 대한민국의 독립을 향한 의지를 굳건히 계승하고 있을까.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한일전 축구 경기장에 안중근 의사 대형 초상화가 등장했다. 우리나라 응원단이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가 담긴 대형 걸개를 내걸고 응원을 했던 것이다. 일본 언론은 이를 즉시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일본 선수단은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왔다. 이에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 보도 지원 단장은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적 이념이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일본 측에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편 2010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일전과 2011년에 개최된 아시안컵에서는 전범기인 욱일승천기가 등장한 바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이에 관한 기사를 몇 개 냈을 뿐 중점적으로 이슈화 시키지 않았으며 대회관계자 역시 일본 측에 욱일승천기를 내건 응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과를 요구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등장한 욱일승천기는 상징적으로 일본이 과거 주변국을 침략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수탈했던 과거사에 대해 미안해하고 반성하기보다는 다시 그런 시대가 오기를 갈망하는 것과 같다고도 볼 수 있는 문제다.

안중근의사 초상화를 통해 던진 우리의 메시지에 민감한 모습으로 대응한 그들의 모습이 그 방증이다. 주객이 전도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뼈아픈 역사를 대할 때 우리의 자세는 적어도 일본보다 확고하고 당당한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만 보아도 일본이 제발저려하는 안중근의사의 그 결기! 조국이 독립한 후에야 비로소 광복된 우리 땅에 묻히겠다는 그의 투철한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아직도 광복된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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