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송인섭(숙대 명예교수, 다산전인교육캠퍼스 원장)

인류 역사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항시 인간은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키는 그 핵심에 있다. 자! 그러면 그 인간이 갖는 변화 시키는 힘은 어디서 왔나? 그 힘을 만드는 원천적인 근원은 교육으로부터 온다.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다.

AI 시대에 교육의 본질은 바로 내 자녀의 자생력을 형성하는 일이다. 내 자녀를 위해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을 통한 자생력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의 자생력, 감성적 창의성은 기계와 차별되는 인간만의 본성인 감성에 일상의 다양한 존재와 활동을 새롭게 배열하고 통합하고 연결하는 창의성을 더한 개념이다.

이는 ‘통찰력 있는 창의성’, ‘통찰력 있는 융합’, ‘통찰력 있는 리더십’으로 기를 수 있으며 세부적으로 ‘감성’, ‘동기’, ‘융합’, ‘수정’, ‘유연성’ 그리고 ‘행복한 잡종으로 이끄는 내면력’으로 완성된다. 결국 감성적 창의성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다음 회부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생력을 교육할 것인가?의 질문을 그 답을 하고자 한다.

E-CLIP을 통하여 내 아이의 감성적 창의력 교육을 하자

Ⅰ. 10년간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

우리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자생력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자생력을 개념화하고 연구해왔다. 그 결과, 자생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구분할 때 눈에 띄는 성격적 특징이 있었다. 첫 번째 특징은 감성적 창의성을 갖추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누구는 호기심을 품지만 누구는 그대로 수용한다. 후자의 경우 더 이상 사고가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생각도 발전할 수 없다. 반면 호기심이 발동하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호기심이 창의성의 원료가 되면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 체계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 두 번째 특징은 동기가 분명하고 열정적인 끈기가 있다는 점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학습이나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대부분이 동기 결여로 힘들어한다.

“왜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어요”“하라니까 그냥 하는 거예요.” 동기가 결여 되면 무기력해진다. 목적 없이 떠다니는 배는 어디로 닿을지 모른다. 그런 아이들에게 상담을 거쳐 동기를 일깨워주면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된다. 스스로 나아갈 힘을 얻은 아이들은 열정적 끈기를 갖고 뭔가를 시도하기 시작한다.

Ⅱ. 심리학과 교수 앤젤라 더크워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앤젤라 더크워스는 열정적 끈기의 힘, 그릿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재능 신화를 뒤집는 열정적 끈기의 힘을 지닌 이들이 보여준 멋진 반전은 자생력과도 연관이 있다. 동기가 분명한 이들은 열정적 끈기를 갖고 끝까지 뭔가를 시도하는데, 바로 그러한 힘이 자생력인 것이다.

자생력을 갖춘 이들의 세 번째 특징은 자율성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구분이 사라진다. 초연결성이 화두인 만큼 정보와 지식, 경험과 차원이 연결되어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런 만큼 사람의 생각도 자유로워지고, 경험의 개방성과 사고의 유연성 등이 자유롭게 구동되어야 한다. 그릿의 덕목을 보면 자생력과 상통함을 알 수 있다. 감성적 창의성을 갖춘 이들은 사고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하기에 자율성을 갖고 행동했다. 한계를 두지 않는 자율성은 맞고 틀림을 떠나 자신감과 연결된다. 동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감 덕분에 자생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있다.

Ⅲ. 한길만 팔 수는 없다

“저도 잡종입니다.”

혁신과 잡종들의 과학사를 담아낸 책 『태양을 멈춘 사람들』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남영 교수가 미래사회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강의하던 중에 한 말이다. 그는 전공이나 직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받아들인다는 전인적 ‘잡종’의 태도로 다양한 분야에 마음을 열어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남영 교수 역시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정보처리학 석사를 취득했지만,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과학기술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을 과학사로 전환할 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미쳤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결단을 내린 데에는 ‘좋아하는 일을 배우겠다’는 생각이 컸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이 길이 맞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의심스럽고 걱정되기 일쑤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는 더욱 그러하리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태도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잘 이루어질 때 적어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생력이라는 단어에는 상당히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만, 자생력을 인간적인 질문으로 파악해보자면 ‘나는 행복하고 스스로에게 자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긍정적인 답변을 줄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행복하고 자신 있는 사람 즉, 자생력을 갖춘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행복한 잡종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잡종이라는 말이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생력의 필요조건을 떠올려보자. 융합, 창의, 리더십이라는 각각의 요소가 하나로 묶여 자생력을 이룬다. 자생력은 다양한 잠재 능력을 학습하는 가운데 양성되고 전이되어 변화에 쉽게 적응하도록 만든다. 이것이 자생력에서 말하는 잡종이다.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주도해나가는 행복한 잡종이 될 때 자생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Ⅳ. 교육학자 송인섭 교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잡종적 태도는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나는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던 시골 소년이었다. 공부에 영 재미를 못 붙이다가 어떤 계기로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동기가 생기자 닥치는 대로 독서를 했다. 그 후로도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했던 나는 어느 한 방향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교육이 지닌 가치에 매료되어 뒤늦게 교육 공부에 뛰어들어 유학까지 단기간에 마치고 강단에 섰다. 가르치는 사람이 된 후에도 교육과 심리의 관계성에 집중하다 보니 심리학을 공부했고, 과학 쪽으로도 관심을 넓혀 경계 없이 공부했다. 이런 잡종적 태도가 있었기에 지금도 어떤 일이 맡겨질 때 두려움 없이 공부하는 자세로 임할 수 있다. 자생력은 잡종적 인재로 성장하게끔 이끄는 내면의 힘이다. 시대나 성향, 학문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잡종적 태도였다.

17세기 천문학 혁명의 주인공이 된 케플러,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여 과학계를 비롯한 인류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뉴턴, 상대성 이론으로 양자역학 세계를 연 아인슈타인 등 이들의 업적을 보면 오로지 과학 분야에만 심취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시대적 필요나 변화에 민감한 태도를 보였고, 한 가지 일에만 종사하지 않고 수학, 천문학, 인문학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통섭하는 잡종적 태도를 견지했다. 결국 그러한 다양한 경험과 지혜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자생력 인재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Ⅴ. 부모님과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와의 상호작용

잡종도 잡종 나름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주도하는 잡종일 때 행복한 잡종이자, 자생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사실 요즘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가정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아직 걸음마를 떼지도 못한 아이를 데리고 문화센터를 다니며 조기 경험을 시키거나, 학원 서너 개 도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에 학원을 일곱 군데나 다니는 학생도 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아이가 경험하는 것을 진짜 ‘경험’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이런 방식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자생력과는 거리가 있다. 자생력은 이렇게 주도성 없이 작위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다.

“행복하고 자신 있는가?”

이 질문에 아이가 “그렇다”고 힘차게 답하려면, 스스로 행복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도전하는 마음가짐이 필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되고 행복한 잡종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만의 동기가 있는가?’, ‘현재 나의 삶에 몰입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사람은 내적 동기에 의해 비로소 자유의지를 갖고 나아갈 수 있고,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다. 우리 연구팀은 이를 위해 ‘동기심화 자생력 프로그램’과 ‘몰입 자생력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내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고 잡종으로 살아가기 위한 자생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밟아야 하는 단계다. 자생력은 ‘행복하고 자신 있는가?’에 기분 좋게 응답하게 만드는 잡종 DNA임을 잊지 말자.

논의를 하면서 학부모님 들이 사랑하는 자녀가 AI시대에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찾고 삶의 가치와 성공 그리고 행복을 찾기를 깊이 바라면서 계속 글을 잇고자 한다. 감성적 창의력인 자생력을 위한 E-CLIP(Emotional Creative Leadership Improvement Program)은 바로 AI시대에 자생력을 교육하는 출발이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녀를 교육하는 힘이다. AI 시대에 내 사랑하는 자녀가 전인적 성장을 통해 감성적 창의력을 극대화 하는 일에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다음 회부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생력을 교육할 것인가?의 질문을 그 답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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