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리취수장을 찾아 심각한 표정으로 낙동강을 살피는 양재생 은산그룹 회장. (사진/전상진)
최근 매리취수장을 찾아 심각한 표정으로 낙동강을 살피는 양재생 은산그룹 회장. (사진/전상진)

(서울일보/전상진 기자) “낙동강 식수원 해결을 위한 민관공동대책기구 설치가 매우 절실합니다.”

기업인이면서 부산과 동부 경남권 550만명의 주민이 먹는 수도물의 상수원수로 사용되는 낙동강 수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양재생(64) 은산해운항공그룹 회장은 지난해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무산된데다 최근 정부가 추진해온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마저 주민 반대로 무산될 조짐을 보이자 속이 타 들어간다.

양 회장으로부터 지방단체장도 아니면서 부산시민이 먹는 낙동강 상수원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와 ‘먹는 물’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다음은 양 회장과 일문일답.

◆부산과 경남 동부권 일대 550만명 정도가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 하류의 표류수는 올 여름 어떤 상태였나?

- 지난달 부산시와 환경단체 등이 밝힌 지방언론의 1면 헤드라인을 보면 ‘녹조로 덮힌 낙동강, 독성물질이 흐른다’, ‘녹조라테 낙동강, 부산·경남 식수원 방어 초비상’ 등이다.

부산에 공급되는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과, 김해시 매리취수장 일대가 녹조로 뒤덮이는 등 낙동강 하류 전역이 녹색으로 물들어 ‘녹조라테 현상’을 보였다.

발암물질, 간질환·파킨슨병 유발 독성물질이 곳곳에서 검출돼 충격을 줬다.

환경당국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지난달까지 물금·매리 유역은 물론 해평, 강정·고령, 칠서 등 낙동강 본류 조류경보지점 전체에 대해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환경단체 등은 당국의 녹조 대응이 매우 미흡하다고 판단, 직접 녹조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양재생 회장이 15일 부산 중앙동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전상진)
양재생 회장이 15일 부산 중앙동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전상진)

◆녹조 수치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해달라

-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은 지난달 초순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조사 결과를 공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지난해 혹서기 때 낙동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기준의 최대 740배였지만 올해는 혹서기가 오기 전에 최대 1075배를 기록,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밝혔다.

부산시가 밝힌 남조류(경계단계 : ㎖당 1만 세포 수) 조사 결과도 지난 7월 하순엔 ㎖당 14만4450개로 녹조경보가 발령됐다. 이 뿐이 아니다. 남조류에 의해 생성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상황은 더 심각하다.

환경단체가 지난 6월 낙동강 18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물 ℓ당 8600㎍이 검출돼 EPA 물놀이 금지기준의 1075배에 달했다.

◆환경·시민단체들이 ‘정부 대응 미흡’에 대해 한목소리로 질타하는데

- 또 최근 환경단체들이 대구지역에서 정수과정를 거친 물을 채취해 부경대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EPA 아동허용기준치인 ℓ당 0.3㎍과 비슷한 0.226~0.281㎍이 검출됐다.

정수과정을 거치면 녹조의 독성물질은 사실상 완벽하게 제거된다는 수질당국의 설명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와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환경부의 지침은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물질이 특히 강하거나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4가지 종류를 찾는 방식을 사용했다. 반면 미국 환경보호국 조사방법은 200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 독성물질을 모두 합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 방법이 훨씬 더 정확할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들은 “일부 극소수 독소물질만 조사하는 환경부의 조사방식은 피해를 축소하는데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낙동강 하류에 인접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뇌 질환 유발 독성물질’이 국내에서 처음 검출됐다

-그렇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국내최초로 발견됐다. 낙동강 물이 음용수로 쓰이는 것은 물론 농작물 재배 등 실생화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관계기관들이 총동원돼 모든 독성물질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 25일 이수진(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는 서울에서 공동으로 구성한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신경독성물질인 BMAA(베타 메틸 아미노 알라닌)가 검출됐다. BMAA는 유해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 중 하나로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노인성 치매 등의 뇌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조사단 측은 “지난달 12일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서 샘플을 채취한 결과 물 ℓ당 1.116㎍이 발견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낙동강 하류 김해 매리취수장, 양산 물금취수장 인근 원동들판 논에 녹조가 가득하다. 벼는 이 독성 녹조물을 먹고 자란다. (사진/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지난달 낙동강 하류 김해 매리취수장, 양산 물금취수장 인근 원동들판 논에 녹조가 가득하다. 벼는 이 독성 녹조물을 먹고 자란다. (사진/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최근 정부가 밝힌 ‘낙동강 식수원 다변화 계획’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는데

-환경부는 지난 8월 10일 ‘낙동강 식수원 다변화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의 주요 골자는 합천군 황강 45만t, 창녕군 강변여과수 50만t 등 하루 95만t의 취수원 개발과 관로 102.2㎞를 건설해 부산 47만t, 김해·양산 등 경남 동부권에 48만t을 공급한다는 안이었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4959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8년 준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6월 30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서조사를 통과해 정부 사업으로 확정된 안이었는데, 경남도민과 경남도의회의 반발에 부닥쳤다.

이 계획에 대해 합천, 거창, 창녕 지역 주민들이 ‘주민 동의 없는 결정’이라면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도 ‘공동 이용 협정서’를 체결했지만 도민 동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도민이 찬성하지 않는 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부산과 동부경남권의 식수원 다변화에 대한 견해는?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매년 하절기만 되면 낙동강에서 ‘녹조라테’ 현상이 나타난다. 강물이 ‘어류는 폐사하고 주민은 구토’하고 ’죽음의 물‘로 변하는 것이다. 급기야 올해는 낙동강 하구언 인근에 위치한 다대포해수욕장에셔 ’뇌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처음으로 검출되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부산시 및 관련 광역단체들이 반드시 서로 상생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런데 낙동강 하류 지역의 식수원 다변화 방안은 사실 특별히 뾰족한 수는 없다고 본다.

이번에 정부 당국과 광역단체, 한국수자원공사 등 6개 기관이 이미 발표한 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지역주민 반발 때문에 탄력을 잃은 상황이다.

우선 부산지역 식수원 확보 입장에서만 고려해본다면, 지난해 8월 부산과 경남 사이에 갈등을 빚었던 (가칭)지리산 덕산댐 건설을 통한 수자원 확보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덕산댐은 산청군 시천면소재지가 있는 호리병 입구와 같은 지형을 갖춘 ’사리 지역‘에 위치한 시무산(해발 402m)과 수양산 함미봉을 연결하는 인공댐을 건설하게 될 경우 엄청난 양의 수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경남 산청군 지리산 덕산댐 후보지로 지난해 거론됐던 덕천강 전경. (사진/전상진)
경남 산청군 지리산 덕산댐 후보지로 지난해 거론됐던 덕천강 전경. (사진/전상진)

◆지리산 댐 가능성 및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만약 산청군 덕산댐을 다시 추진하게 된다면,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수몰되는 시천면과 삼장면 일대의 2973가구(주민 6200여명)에 대한 보상 및 생계·이주대책, 상생기금 조성 등의 계획을 어떻게 합리적인 방식을 통해 지역주민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마련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 덕산댐은 지난해 이미 주민 및 경남도의회의 반대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저는 최근 같은 뿌리인데 우리 경남지역 주민들이 왜 결사적으로 지리산 댐 건설을 반대할까에 대해서 정말로 많은 고민을 해봤다. .

우선 시기가 문제이지 결국 언젠가는 하절기에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때를 대비해 최근 정부가 계획을 세웠다가 주민반발에 부닥친 낙동강 강변여과수 활용 등의 계획과 함께 1개 정도의 지리산권 댐 건설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10여년 전 함양군 문정댐이나 지난해 산청군 덕산댐 등의 댐 건설 얘기가 나오자마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쳤는지에 대해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본다. 그 분들의 입장에 들어가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댐을 건설하게 되면 시천, 삼장 두 개 면 6000여명 주민들의 생업의 터전이 다 수몰되게 되는데 갑작스레 이사를 간다는 게 두렵고 불안하니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댐 건설계획에 앞서 민관 공동으로 범정부대책기구를 구성해 ▲보상계획 ▲이주대책(군내 이주 및 부산 등 대도시권역으로의 집단이주 등) ▲생계대책(직업별, 연령대별로 꼼꼼히) ▲일자리 대책 등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세워야 한다.

부산과 동부경남권 주민 550만명이 맑은 물 먹는 대가로 조금 비싼 상수도료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자금을 갖고 수몰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책을 꼼꼼히 세우면서 한편으로는 ‘함께 좋은 물 먹으면서 같이 건강하게 잘 살자’라는 상생·공생·공영의 가치와 형제애에 호소한다면 얼마든지 타협점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한 사업이 되겠지만 몇십 년, 몇백 년 후를 생각한다면 부산·경남 양 시·도와 지역주민, 중앙정부, 대통령실까지 힘을 합해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앙정부는 독성 전문가인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녹조는 물과 농작물을 통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녹조 독성물질(마이크로시스틴, 베타 메틸아미노 엘 알라닌<BMAA>)을 검출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환경부는 명심해야 하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학계와 더 소통하면서 녹조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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