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질병관리청에서 원숭이두창 의심환자 발생과 검사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질병관리청에서 원숭이두창 의심환자 발생과 검사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일보/김병건 기자)  국내에서도 첫 원숭이 두창 확진자가 처음 발생함에 따라 방역 당국의 기존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숭이두창 특성상 잠복기가 길어 건강진단 질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의심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발병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개인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3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외국인 입국자 A씨는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당시 건강상태를 허위로 신고하고 검역대를 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는 입국 전후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기 쉬운 구조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은 발열이나 수포형 발진이 있는지 본인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다.

일단 방역 당국은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이어 코로나19처럼 중앙 방역대책본부도 꾸리기로 했다. 그동안 관심사였던 코로나19는 2주 연속 1만 명 미만이다.

하지만 원숭이 두창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WHO는 23일 낮 12시(현지시간) 국제보건 규정(IHR) 긴급회의를 열고 원숭이 두창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한다. 원숭이 두창에 대해서 아시아 지역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싱가포르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산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질병청은 존스홉킨스 등 자료를 취합한 결과 기준 원숭이 두창은 세계 52개국에서 3,127명이 감염됐다.

의심 사례는 117명이다. 이중 감염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유럽이다. 영국이 확진자 794명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은 520명이다. 질병청은 7월부터 원숭이 두창 확진자가 많은 영국,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 5개국에 대해 검역 시 발열 기준을 37.5℃에서 37.3℃로 낮춰 강화하기로 했다

남성 간의 성관계를 통해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지역사회 전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원숭이 두창이 동성애 관계 때문에 옮는다는 게 사실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피부 접촉을 통해서 전파가 되다 보니까 성관계를 맺을 정도의 접촉이면 당연히 전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초기 유입 당시 동성애 그룹 안에서 전파되고 확산이 됐기 때문에 동성애자가 많이 진단된 것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호흡기 전파 사례가 있긴 하지만 가족 정도의 아주 친밀한 접촉일 때 극히 일부에서만 발생했었고, 대부분은 피부 접촉으로 발생을 했다”며 “코로나처럼 전파가 용이한 바이러스는 아니기 때문에 팬데믹이나 이런 걸 일으킨다기보다 지금처럼 일부 해외 유입 사례에 의해서 주변에 접촉한 분들이 일부 클러스터 형태의 감염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숭이 두창은 통상 최대 잠복기를 21일까지로 보고 있다. 보통은 일주일에서 14일 이내에 발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으로 주로 발열과 근육통, 그리고 특히 허리 쪽에 통증이 있는 좀 특별한 그런 통증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2~3일 지나서부터는 목이나 겨드랑이 쪽에 림프절이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올 수 있다. 이런 증상이 2~3일 있다가 몸에 발진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발진의 숫자는 수두 같은 것보다는 적고 크기는 좀 더 큰 형태로 진행이 되다. 다만 지금 까지 의료진은 호흡기 전파보다는 피부 접촉에 의한 전파가 대부분이라 코로나 19처럼 대규모 전파는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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