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거래법 위반 '솜방망이' 처벌

최근 5년 위반건수 1414건... 정식기소 단 한건도 없어

최근 5년간 외국환거래법 위반건수가 14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소유예, 약식기소 등을 제외한 정식기소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역외탈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외국환거래법은 역외탈세나 조세도피처에 대한 자금축적을 단속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외국환거래법 제18조(자본거래의 신고)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본거래는 모두 신고해야 한다. 제29조(벌칙) 제6호에 따라 50억원 이상의 자본거래를 미신고 한사람은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2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현황 자료 및 검찰의 조치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1414건에 달했다. 거래정지, 경고, 과태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 중 가장 위반사실이 중요하고 위반액수가 특별히 큰 38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통보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들 38건은 모두 행정처분을 받았다. 외환거래법을 적용한다면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통보받은 38건 중 정식 기소한 건수는 단 한건도 없었다.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만 납부한 것이 20건, 기소유예가 2건, 내사중지가 2건, 혐의없음이 5건이었다. 특히 입건 자체를 하지 않은 입건유예가 5건으로 집계됐다.

또 수출인 경우는 조세피난처와의 거래라 하더라도 수입보다는 실물 무역과 무역수반 외환거래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즉 지난해 1089억달러를 수출한 반면 1612억달러 무역수반 외환거래가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A회사는 900억원 이상 미신고로 외국환거래신고 없이 외화를 차입했지만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B회사는 70억원을 외국환거래신고 없이 임대차 거래를 했으나 입건유예 됐다.

지난해에도 각각 95억원과 58억원을 미신고하고 해외직접투자를 통한 자본거래를 했음에도 두건 모두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재판과정에 따라 실형은 물론 몰수까지 가능할 수도 있는 사건을 불기소 정도가 아닌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검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기소독점권을 남용했다고 비판 받을 수 있다"며 "검찰은 해외미신고 자본거래 같은 사안에 대해 법대로 엄격하게 법적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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