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버팀목' 벼 재해보험 가입 폭증

전남도, 가입률 53.1% 전국 1위... 상품 확대 등 과제

전남지역 벼 재해보험 가입률과 점유율이 모두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볼라벤'을 시작으로 '덴빈' '산바'까지 3개의 태풍이 연거푸 강타한 뒤 막막해하던 대다수 농가와 달리 보험가입 농가들은 상대적으로 보상 혜택을 보면서 학습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재배보험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통합 전담기구 설립과 함께 보험상품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올해 전남지역 재해보험 가입농가는 2만1508농가로 가입률이 전국 최고인 53.1%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가입농가 4만2459농가의 50.6%에 이르는 수치다. 가입 면적도 5만3803㏊로, 전국 11만6957㏊의 46%를 차지했다.

가입금액과 보험료도 4222억원과 226억원으로 각각 전체의 43%와 53%에 달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두드러져 보험료는 3.9배, 가입금액은 2.6배, 면적은 2.3배, 농가수는 2.3배 증가했고, 가입률도 22.5%에서 53.1%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벼 재해보험이 폭증한 것은 지난해 수차례 태풍이 할퀴고 간 뒤 보험가입 농가들이 크고 작은 보험혜택을 본 것이 자극제가 됐다. 실제 지난해 전국적으로 1만6969 벼 재배농가에 767억원의 재해보험금이 지급된 가운데 전남에서만 8344농가에 412억원이 지급돼 액수로만 따지면 54%에 이른다.

보험료의 80%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농가 부담은 20%에 불과한 점과 벼 보험에 가입한 농가의 경우 자연재해와 야생조수, 화재 피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점도 적잖다. 재해발생 횟수나 보험금 지급현황에 따라 농가부담액, 즉 보험료율이 높게 적용돼 상습 재해지역 농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과수와 논·밭 작물과 달리 시설하우스의 경우 일부 시범지역에서만 보험 가입이 가능해 그밖의 지역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자연재해에 취약하면서도 보험 가입률은 10%대에 머물고 있는 시설원예작물의 가입 확대도 정책적 과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농작물은 농협, 양식수산물은 수협, 가축은 농협과 LIG, 풍수해는 삼성과 동부에서 운영하는 등 재해 보험기관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남도의회 이기병(나주1) 의원은 "기관이 다르다 보니 운영비가 많이 들고 보험료 인상요인도 되고 있으며 절차가 복잡하고 지원율도 달라 농어업인들이 제도를 이해하고 이용하는데 불편이 많다"며 "재해보험 전담기관을 설립, 풍수해, 농작물, 가축, 수산 등을 통합 운영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발전연구원 장덕기·박웅희 책임연구위원도 최근 정책보고서를 통해 "국가와 자치단체가 공동 출자한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분야별로 나뉜 재해보험을 일원화해 운영비 절감 등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용기 기자 kyk@seou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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