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윤장섭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무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야간 열병식에 참석해 핵 무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사진=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송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야간 열병식에 참석해 핵 무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사진=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송 캡처)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야간 열병식이 개최됐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야간 열병식에 참석해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며 "지금 우리 무력은 그 어떤 싸움에도 자신 있게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이익 침탈 시 사명을 결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근본이익 침탈'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실제 핵무기 사용 조건을 확장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이날 연설은 유사시 핵 무력 사용을 시사한 그간의 발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핵 위협을 더욱 노골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도 26일 김 위원장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야간 열병식 참관 연설을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은 "지금 조성된 정세는 공화국 무력의 현대성과 군사기술적 강세를 항구적으로 확고히 담보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을 강구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한 연설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경고성 발언도 소개했다. 

북한은 이번까지 총 12차례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번 열병식에 직접 참석했고, 이 가운데 이번까지 다섯 번 연설했다.

조선인민혁명군 창설일에 맞춰 열병식이 열린 것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날의 열병식은 김일성 주석이 만들었다는 '항일빨치산'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집권 10년을 맞아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 지휘관들을 격려하면서 "공화국의 핵무력은 언제든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 무력은 그 어떤 싸움에도 자신 있게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북한은 전날(25일) 오후 9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야간 식전행사에 이어 밤 10시경 김일성광장에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열병식 본행사를 진행했다.

본행사에 앞서 예행연습에서는 장비 250여 대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또 병력 2만여 명이 동원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년 전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에는 1만 5천여명의 병력이 동원됬다"며 "이번 열병식은 그보다 더 많은 병력이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등장했다.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북한군 열병식을 통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에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최신형 전술 미사일 종대, 초대형 방사포 종대, 전략 미사일 종대 등도 이번 열병식에 총동원됐을 것"으로 우리군은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6일 발사한, 대남 전술핵 무기로 평가되는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비롯해 각종 신형 무기체계를 추가로 선보였을 가능성도 우리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야간 열병식은 오늘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중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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