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 러시아 반군 지역인 도네츠크 중심가에서 사람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독립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 러시아 반군 지역인 도네츠크 중심가에서 사람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독립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일보/도한우 기자)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면서 전면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공화국 독립을 승인했으며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이 지역에 러시아군도 파병하기로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의 독립 인정에 따라 민스크 협정은 사실상 파기됐으며, 서방은 민스크 협정 위반을 지적하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더욱 훼손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규탄했다. 민스크 협정 위반도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분리독립 승인 결정을 강력 규탄했다.

블링컨 장관은 “민스크 협정을 완전히 거부한 것으로, 러시아가 주장하는 외교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푸틴 대통령의 노골적인 국제법 무시”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시간 22일 오전 11시 긴급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로 구성된 돈바스는 주민 300만명 규모에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 접경 지역으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약 8년간 독립을 주장해왔다.

분리주의자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돈바스 지방 정부와 사회기반시설을 장악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독립 공화국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이후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 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1만 50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역시 돈바스를 우크라이나 영토가 아닌 독립 지역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 세력 간 갈등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재정적·인도적 지원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정 및 군사 지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백신까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민 최소 80만명에게 러시아 여권도 발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을 승인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을 배치할 명분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의 침공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돈바스를 우크라이나 영토가 아닌 독립 지역으로 인정하면서, 이 지역에 군을 파병하는 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아니라는 구실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앞서 2008년에도 조지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조지아 분리 지역 독립을 승인하고 막대한 재정 지원과 러시아 시민권을 제공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수천명 규모 병력을 해당 지역에 배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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