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미국의 워싱턴 링컨 메모리얼 파크에서 내려다보면 오른쪽에 한국전 참전용사비가 있다. 한국전에 참여한 150만 명의 미군과 적십자사 소속 자원봉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공원엔 열아홉 명의 병사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병사들이 중앙에 게양되어 있는 성조기를 향해 전진하는 전장(戰場)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한국전 참전용사비의 바닥은 키 작은 향나무로 되어 있는데 울퉁불퉁한 이 길은 한국 시골길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열아홉 명의 병사들은 군장위에 비옷 ‘판초’를 덮어쓰고 지치고 힘든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피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그 옆에 세워져 있는 검정 대리석 벽에 그대로 비춰진다. 이렇게 벽에 비친 병사와 동상으로 서있는 병사 모두를 합치면 38명이다. 이는 한국의 38선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또 대리석 벽에는 실종자의 얼굴을 조각하여 조국이 그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성조기 아래쪽 대리석 바닥에 “조국은 그들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조국의 부름에 응한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한국전에서의 미군 피해는 사망 54,246명, 실종 8,177명, 부상 103,284명이다. 비록 한국전쟁이 미국과 소련의 냉전의 산물이고 그들의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로 발생한 전쟁임은 분명하고 최대 피해자는 우리나라, 우리 민족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순수한 젊은이들이 60여 년 전 조국의 부름을 받고, 듣도 보도 못한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희생과 고난을 치룬 것이다. 이런 일들을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6.25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는 모르고, 6.25를 북침이라고 알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국민이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우리나라의 역사와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는지를 알아야 한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어떻게 복구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아야 한다. 월남전에서 피 흘린 참전유공자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독일로 가서 그 곳 사람들이 기피하는 광부나 간호사로 일한 분들과 열사의 땅에서 땀 흘린 근로자들의 노고를 알고 이에 감사해야 한다. 6.25전쟁 후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이분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제는 못사는 나라에 지원을 해주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것이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다. 우리나라는 38선을 두고 항상 전쟁의 위협에 처해 있다. 미국은 지난 60년 동안 한미군사동맹을 통하여 언제 전쟁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켜주고 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야욕을 분쇄함과 동시에 우리의 경제발전을 이루게 한 원동력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허울 좋은 자주국방을 내세워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는 또 다시 전쟁을 겪어야 할 것이다. 6.25전쟁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자유도 평화도 힘이 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앞에 새겨져 있는 또 한 구절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 남북 회담이 무산되고, 남북한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즈음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6.25전쟁 때 우리나라 산하에서 숨져 간 우리나라와 해외 참전국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부산지방보훈청 보훈과장 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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