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 (숙대 명예교수_전인교육센터 원장)
​송인섭 (숙대 명예교수_전인교육센터 원장)

 K군은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재수 끝에 어렵게 들어간 대학, 그것도 비록 일류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이 알아주는 중상위권 대학이건만 K군은 엉뚱하게도 자퇴를 결심한 것이다. K군이 자퇴를 결심한 이유는, 자신이 선택한 철학과를 졸업해서는 지금처럼 취업이 힘든 세상에서 제대로 취업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하기 힘든 세상에서 이런 중위권 대학 졸업장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K군이 자퇴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아버지가 극심하게 반대를 했다. 어떻게 들어간 대학인데 이렇게 관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K군은 대학에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공무원이 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대학은 공무원이 된 다음 야간대학을 다니면 되지 않겠냐며 설득의 시위를 더욱 당긴 것이다. 결국, K군은 아버지의 반대가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K군 편을 들어 무사히(?) 자퇴를 할 수 있었다.

K군은 자퇴한 그날부터 독서실에 자리 잡고 곧바로 공무원 시험 공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첫 해에 낙방, 둘째 해에도 낙방을 거듭했다. K군은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친구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합격을 목표로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목표를 미뤄야 했다. K군은 그 후로도 열심히 공부했으나 계속하여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다. 워낙 경쟁률이 높아서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으나 이게 위로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올해는 꼭, 반드시 합격하고 만다!”

K군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열심히 공부했으나 또 낙방의 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대학 때 친했던 친구가 꽤 괜찮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K군은 쓰린 가슴을 부여안고 혹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다. 그때 갑자기 무섭게 몰아치는 파도처럼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데 과연 내가 정말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K군은 이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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