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재단 손경년 대표이사 (사진/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재단 손경년 대표이사 (사진/김해문화재단)

(서울일보/김영미 기자) 김해문화재단이 2021년,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문체부로부터 제2기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돼 문화도시센터를 통해 문화도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릴레이 주자로 지목된 손경년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비상임 이사, 지역문화협력위원회 위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 도시조성실장,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2021년 8월 1일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 2023년 7월 31일까지 활동하게 된다.

클레이야크 김해미술관 (사진/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야크 김해미술관 (사진/김해문화재단) 

1. 수도권에서 주로 일을 해 온 것으로 아는데, 최근에 경남권의 김해문화재단으로 취임을 했다. 지역이 갖는 특성이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2개월이 지난 소감은

김해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16년이 됐다. 경남권에서 비교적 일찍 문화재단을 설립해 지역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사실 이전에 재직했던 기관과 달리 시설들이 많은 편인데, 김해문화의전당과 시민스포츠센터도 운영 중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해서부문화센터, 김해가야테마파크, 김해낙동강레일파크, 김해한옥체험관(미래하우스), 김해다어울림생활문화센터, 김해천문대, 김해시민의종 등 운영공간의 수와 범위를 통해 예술과 생활문화, 스포츠와 관광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한편, 16년 동안 축적해 온 김해문화재단 직원들의 역량을 더해 미래를 내다보는 문화정책의 준비기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해시는 가야 이천년의 고도(古都)로 대성동고분, 백운대고분, 원지리고분, 고인돌 등이 여전히 발굴되고 있는 곳이다. 인구가 55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인 김해문화재단은 김해시가 가진 특별함을 당대로 끌어내어 미래의 문화로 연결하는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 그동안의 일에 대한 갈무리와 이를 토대로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문화정책과 비전이 필요한 시기에 제 임기가 시작돼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르나 향후 전개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2.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인류의 삶의 변동이 상당한데, 문화예술계는 특히 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 김해문화재단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진행 상황과 대처 방안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익숙해 왔던 삶의 양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문화·예술 분야의 사업들은 사람들과 대면해 소통·공유·환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람과의 이해를 확장하면서 문화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만남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 대면의 방식으로만 모든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참여자의 수가 중요했던 문화재단 사업의 성과에 대해 평가 기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의 모임, 여행, 운동, 축제, 관람 등의 일상 속의 욕구가 위축되자 문화예술에 대한 요구와 가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유나 여분이 있어서 접근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문화가 ‘일상의 정지’를 통해 정치와 경제만으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었다. 고통을 이해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공연과 전시, 춤과 축제가 다양한 IT 플랫폼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을 위로와 격려하고 있다.

김해문화재단 또한 대면의 기회가 줄어들게 되자 비대면의 방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자 지난 1년 반 동안 노력해왔다. 자칫 공기처럼 여겨 잊어버릴 수 있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쓸모를 되돌아보고, 공공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재단의 입장을 더 들여다보면서 시민의 갈망을 읽어내고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왔다.

김해문화재단은 올해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하나는 ‘비대면 공연 지원 사업’으로 지역예술가에게 공연장과 무대 장비, 영상 제작 지원 등을 하는 사업이었다. 또 영상미디어센터의 장비와 시설을 무상 지원하는 ‘비대면 콘텐츠 제작 시설과 장비 지원’ 사업이었다. 급변하는 지형에 대해 콘텐츠의 제작방식과 이를 담아내는 장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했고 이에 대한 지원부터 시작한 것이다. 상황에 대처해 우선 대면에서 비대면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일을 해왔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며 법적 기준에서 가능한 공연 및 전시, 축제 등은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밀도 있는 중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지만, 대안의 마련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활양식 변화에 대해 문화재단이 어떻게 이를 읽어내고 준비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으로 보며, 이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3. 최근에 김해문화재단이 하는 사업을 소개해 준다면

앞으로 내실 있게 하고 더욱 성장해야 할 것도 많지만, 김해시민 및 전국의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 많다. 코로나로 인해 참여를 독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더더욱 안타까운 심정으로 기획을 하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이 시민들에게 보이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과제였다면, 지금은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더욱 단단하게 챙기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로 위축된 활동을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일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 향유 방식과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사업기획도 하고 있다.

공연장 좌석을 꽉꽉 채우던 몇 년 전 상황은 아니지만, 지속해서 양질의 공연을 만들어 김해시민에게 선보이려고 하는 중이다. 김해문화의전당에서는 하반기 기획공연을 오픈, 진행하고 있다. 총 16편, 22회 규모로 연극, 뮤지컬, 발레, 대중음악,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가야의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연극'불의 전설'을 이번에 초연한다. 또한 와이즈 발레단의 '지젤', 뮤지컬 '세종, 1446' 등도 시민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

김해시 장유동에 있는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는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아한 클래식' 시리즈나 '문화만찬' 공연은 이미 장유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해를 대표하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는 '달: 일곱 개의 달이 뜨다'라는 주제의 기획전과 어린이를 위한 전시로 '별별 빌리지', 변대용 작가의 '콤마, 쉬어가다' 전시가 야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지구의 기후 위기를 알려주는 예쁜 북극곰이 고단하고 바쁜 우리에게 쉬어가라면서 의자를 슬며시 내어 줄 것이다.

오페라 허왕후 산행길 축제의 한 장면 소프라노 김성은 배우(가운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김해문화재단) 
오페라 허왕후 산행길 축제의 한 장면 소프라노 김성은 배우(가운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김해문화재단) 

‘제6회 허왕후신행길 축제’가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허왕후신행길 축제’는 서기 48년에 김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온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왕후를 재조명하는 김해의 대표적인 관광축제 중 하나이다. 지난 2년 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로 인해 개최하지 못했다가 철저한 방역수칙과 시민의식에 기대어 일상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축제를 해 보겠다는 의지로 준비하고 있다. 개막 및 메인공연, 수릉원 일대 산책로에서의 전시, 가야사 체험 및 인도영화제 등 풍성한 프로그램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축제의 최우선 기준은 방역과 안전이며, 공공기관인 김해문화재단을 믿고 온·오프라인에서 축제를 누리면서 힘들었던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던져버리고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4. 점차 지역에서는 문화분권,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본다. 올해가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된 해인데 문화정책의 상당한 부분이 지방 이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1987년 지방자치법이 부활했고 1991년에 지방선거가 치러진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되었다. 내년에 '지방자치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정부의 ‘자치분권 2.0’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본다. 작년 1월 9일에 제1차 지방이양일괄법이 통과되었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방이양일괄법은 현재 제2차 제정을 앞두고 있어서 지역분권의 취지와 의미가 제대로 살 수 있는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문화정책의 지방이양과 함께 예산의 확보가 문제로 제기될 터인데 무엇보다 지방세의 한계가 여전히 있다. 중앙정부에서 대응투자를 했던 사업과 달리 지역에서 예산확보를 할 때 혹시라도 문화나 예술 분야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까 걱정되기도 한다.

9월 28일에 '고향사랑기부금'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방재정의 보완과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할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하게 되었다는 이 법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사용처 중에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이라는 항목이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된다. 어쨌거나 법이 제정돼 실효성을 갖게 되려면 실천하는 사람의 태도와 인식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문화분권, 지역분권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지역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존의 문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지역의 현실에 맞되 미래세대를 고려한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며, 그렇게 해야만 실질적인 문화분권,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5. 그렇다면 김해문화재단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김해문화재단에서 재직하고 있는 동안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 문화정책의 토론이 활발하게 있었을 때 중요한 화두가 지역이었다. ‘내’가 사는 곳,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 지역이다. 내 삶의 질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 지역문화이다. 지역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역문화재단들이 서서히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지역문화진흥법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전국의 광역, 기초문화재단의 수가 100여 개를 넘어섰으며, 지금도 지자체마다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김해문화재단 같은 지역문화재단들은 늘 조례에 명기 되있는 최초의 설립목적이 변화된 문화지형에 맞는 비전을 새로이 설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예술가의 창작환경을 보장하고, 시민의 문화향유의 증대 시민의 주체적인 참여와 도시의 주인으로서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 기회의 증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라고 표현할 것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의 중요성은 다름과 다름이 어우러져 다양함을 창조하기 때문이며, 창의성은 곧 지역 발전의 토대가 되는 융합적 사고를 길러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김해문화의전당 전경 (사진/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의전당 전경 (사진/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재단은 좋은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해서부문화센터 등 시민 접근성이 좋은 시설이 있고,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 예술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아울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공간활용도를 넓혀 예술가와 시민을 위해 열린 공간이 되도록 적극적인 활용을 하도록 애쓰고자 한다. 김해의 ‘가야 2천년’이라는 보물창고 속에 잘 보존돼있는 옛 지혜를 현재로 이끌어내 당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가교역할이 필요한 때다. 말하자면 박제된 역사가 아닌 현재에 기여하고 우리가 만든 역사가 미래 세대에게 멋지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 ‘가야 2천 년’과 ‘김해 2천 년’이라는 긴 비전의 계획, ‘미래 혹은 예상 고고학’을 제작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역별 역사적 배경과 삶의 양식은 각 지역별 특색을 지니고 있다. 지역이 갖는 특수성이 배타적으로 작동해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의 상호교류가 막혀서는 안 된다. 지역이 지닌 특성과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과 교류, 환대와 배려를 통해 서로의 자원을 나눈다면 지역 및 우리나라 국민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수도권이나 경남권 등 각 권역의 정체성은 각각의 시군구가 가지고 있는 지역 문화의 특성이 잘 살아나고 다독거려질 때, 가장 잘 드러날 것이라 본다. 100여 곳이 넘는 지역문화재단들과 문화 관련 유관기관 등이 적극적인 교류를 하면서 행정구역으로의 경계로 인한 단절을 생활문화권역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다. 앞으로 김해문화재단이 지역과 지역의 매개가 되고 연결고리가 되어 경남의 문화에 기여 하고자 한다. 나아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성장에 한 조각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한다. “꿈꾸는 자들의 땅, 꿈을 이루는 자들의 나라, 내일도 모레도, 영원히 오늘만 같아라!” 올 4월에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초연했던 오페라 ‘허왕후’의 대단원의 합창 가사처럼, 꿈을 꾸고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 늘 안전하고, 평등하고, 행복한 시절이었으면 한다.

손경년 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다음 릴레이 인터뷰 주자로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용민 대표이사를 지목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