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우 정치국장 ) '적은 혼노지에 있다' 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내부의 적을 조심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철부지 애송이' '요란한 승객' 등등 말싸움으로 더위를 더 덥히는 논쟁이 한참이다. 동네 애송이들에게 애송이라고 해보라. 대번에 얼굴을 붉히고 덤벼든다. 공자도 말한 바 있다. "애송이와 소인배는 다루기 힘들다."공자도 아마 애송이한테 된통 덴 적이 있는 모양이다.
말 잘하는 국대(대변인)를 뽑는다는 아이디어가 일견 참신해 보이기는 하나, 사실 말 잘하는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 말 타는 사람은 결국 말에서 떨어져서 낙마한다. 글 잘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시사통, 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도 글질이 아닌 말질을 하다가 제 족쇄에 스스로 묶여 벼랑으로 떨어지고 만다.

지리멸렬(支離滅裂)! 사전상의 의미로 보면 '체계가 없이 마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됨' 등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자(莊子)는 어느 날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불구자 한 사람을 만들어 냈다. 신체구조가 아무렇게나 생긴 사람이다. 장자의 표현과는 상관없이 서양화가들이 흔히 표현해 온 그림을 상상하면서 그려보면 배꼽은 등허리에 박히고 눈은 옆으로 성기는 이마에 팔다리는 아래위와 좌우가 뒤바뀌어 있는 괴기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는 장애인이다. 장자는 그의 이름을 소(疏)라 짓고 부르기는 지리 소(支離 疏)라 하였다. 서양 카드에서 한쪽 눈이 없는 사람인 '잭'을 '애꾸눈 잭'이라고 부르듯이 '지리 소'는 "신체가 갈가리 흩어진 소씨"를 말한다. 여기서 파생된 말이 지리멸렬이 아닌가 싶다.

오늘의 정치와 행정이 '지리멸렬' 꼭 그 꼴이 아닌가 싶어서다. 당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은 서로가 손발이 맞지 않아 그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겉돌고 주자들은 입지를 찾지 못한 채 서성거리고 있으니 정당이 제대로 기능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일에 체계가 없으니 지리멸렬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대표적 친윤(친윤석열)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주인공은 대선 후보들이지 당 지도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경선 일정을 당기고 후보들이 빨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적반하장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당 지도부가 필요 이상 대선 후보들을 관리하려다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켜서는 안된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다. '가두리 양식장'으로는 큰 물고기를 키울 수가 없다.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자기가 잘 클 수 있는 곳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당 후보 가운데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는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이 대표가 이끈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문제 삼았다.

이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 하나 할 사람'들이 지금 와서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 보인다'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자신이 윤 전 총장을 '문밖에 15분간 벌세워 뒀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서도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의 입당식과 윤 후보의 지도부 상견례가 9시에 예정돼 있었는데 윤 후보 측에서 장 이사장과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캠프 관계자가 지도부와 후보 간 갈등을 유도할 경우 정확하게 사실관계들을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은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 입당을 전후로 잠재해왔다. 윤 전 총장은 이 대표가 지방에 내려간 사이 전격 입당했고, 이 대표와 경선준비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에도 잇따라 불참했다. 윤석열 캠프에선 2일 입당 환영식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이 15분간 대기하는 일이 벌어지자 "군기 잡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당 대표와 주자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논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의 힘' 그 자신이다. 피해자는 또 있다. 그것은 '진실'이다.

이런 거짓 싸움이 처음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발호하는 이 당대표 군기론의 약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논쟁이 지속되면서 특정 정파의 피해를 넘어서 정당 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국민 전체로 확대된다.

대선을 위해 제주지사직을 던진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는 9일 저녁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이준석 당 대표가"대선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내려 한다"며"선거기획단장까지 하면 곤란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기자는 국민들의 요구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보수 독점 정치구조를 한국민주주의의 중대한 결함으로 지적하고 싶다. 이제 갇 대표에 진출한 이준석대표가 이 결함을 고쳐줘야 할 때다. 내년 대선에서'이준석 리스크'로 정권교체 실패하면 누구의 책임일까.이준석을 지지한 국민의당 당원들이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