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수 조각가의 '구도자' (사진=서울일보DB)

안광수 조각가는 30여년 넘게 쉼 없이 조각과 함께 달려왔다. 그저 단순한 작업에 그치지 않고 두상을 비롯해 '인체작업' 등 '설치미술"까지 두루섭렵한 실력가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안 작가만의 '두상' 조각 콘텐츠는 구체화 하면서 흙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선택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안 조각가가 영향을 받은 '자코메티'도 인간 군상을 주로 다뤘기에 그의 작품을 모티브 삼아 작업에 반영하고 있다. 한편 자코메티가 삶에 대한 회한과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표현해냈다면 안 조각가는 정형화된 표현에 적극적인 표정을 가미 작품을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1. 미술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중학교에 입학해서 사생대회를 접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특별활동'으로 미술반을 선택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미술 작가의 꿈을 키웠다. 조각가가 된 결정적 계기는 특별활동 시간에 미술반 지도 선생님이 점토로 여인상을 만드는 것을 본 후 조소를 선택했고 이후 조각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잘 선택했던 것 같아 후회도 없다.

2. ‘두상’을 조각 작품으로 하게 된 계기는

창작 활동을 하는 미술가들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두 번쯤, 아니 제일 많이 작품의 주제로 선택하는 것이 인간의 얼굴일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표현과 작가가 말하고픈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저 또한 인간군, 즉 사람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데 그중 가장 작가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는 신체 부위가 두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상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내 주변 인간군들을 내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희노애락을 공유해본다. 때로는 그리워하기도 한다.  내 손끝으로 빚어낸 찬란한 조각의 관조미는 어디에서든 공간을 채우는 예술적 귀함으로 자리하길 바란다.

3. 공공미술에서의 조각 작품의 비중은

공공미술에서의 조각(입체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 도심과 공원을 거닐다 보면 쉽게 조각 작품을 접할 수 있다. 20~30년 전부터 많이 설치되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야외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에 재료나 보존 문제에 있어서 파손과 변질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영구적인 재료로 제작한 조각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공공장소의 미술작품은 조각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안 조각가가 석고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서울일보DB)

4. 다양한 분야 중 조각에 본인이 빠진 이유

조각의 매력은 어느 장르보다 활동적이고 역동적이다. 그리고 많은 노동이 수반되어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작업 과정이 변화무쌍하며, 때로는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뒤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창작의 결과물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러한 매력과 희열이 있어 조각에 빠진 것 같다.

5. 작품마다 곡선이 특별하다. 어떻게 작업하나

점토의 형질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기보다는 물감으로 한 획 한 획 긋듯이 점토로 선을 만들어 표현한다. 그렇게 표현하다 보면 선들이 겹치고 겹쳐서 원하는 형태가 만들어지고 완성되는 것이다.

6. 삶에 있어서 조각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더 습득해야 합니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렇기에 그냥 버티며 끈질기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어차피 평생 직업으로 삼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며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같은 것입니다.

7. 평생 조각가로 살아가는 이유

앞에서도 말씀드린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어려서부터 그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조각밖에 없었고, 자랑할 수 있는 것 또한 뭐든지 잘 만든다고 주변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서 잘하고 좋아하는 작업을 하며 살고 있다.

8. 조각가님만의 작품완성도에 대한 차별점이 있다면

차별점이라기보다 작가가 만족하는 작품 완성이란 매우 힘들다고 생각한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떠오르는 영감들을 더해지면서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며 완성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어느 정도 선에서 중단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보이면 결점 없는 두상을 재현하기 위해 만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아닐까.

안광수 작가의 '천-지-인' (사진=서울일보DB)

9. 한국 조각 史의 비전은

한국 조각의 미래를 제가 논하기에는 매우 어렵고 힘든 문제다. 과학 문명이 발전하는 것처럼 조각 또한 과거의 조각보다는 현재, 현재의 조각보다는 미래의 조각이 더 발전 하겠죠...!

10. 조각가의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누구보다도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평생 조각가로 살아갈 수 있는지. 이런 자신감이 없다면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조각가의 길을 선택한 강력한 동기를 새기며 작업 하다 보면 꿈꾸는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따뜻한 조언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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