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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승봉 기자) 남경필 도지사는 ‘필부함원 손상천화’라는 정조대왕의 말씀을 인용하며 서울일보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필부함원 손상천화’라는 말은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함을 가지면 하늘의 조화가 손상된다’는 말이다.

남 도지사는 도민의 안전생활과 복지향상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민 한사람 한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남 도지사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적 화합을 위해 자신의 정치철학인 권력분산과 정치혁신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음은 남 도지사와의 일문일답.

■ 경기도 도지사로서 첫 업무를 안전점검 현장에서 시작하셨는데 그에 대한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세월호 참사 후 진도 팽목항에서 12일간 머물면서, 국민의 명령은 ‘혁신하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늘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 당한다’고 말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정치권이건 공직사회건 위험합니다.

혁신에 끝은 없지만, 혁신의 시작이 무엇인지는 확실합니다. 바로 나부터 변하는 것,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혁신을 위해 저부터 바뀌려고 합니다. 그 시도의 첫걸음으로, 취임식은 안전 관련 현장을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행사보다는 바로 현장으로 들어가서 도민들 말씀을 듣고 같이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도지사 공관을 도민들에게 돌려드리고, 인사권을 야당과 나누는 것 또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의 일환입니다.

‘일자리가 넘치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동체’ 경기도를 구현하는 것을 도정의 최우선으로 삼겠습니다. 현장에서 도민과 소통하며, 통합의 리더십으로 도정을 꾸려가겠습니다.

■ 도지사님의 정치 철학은 무엇인가요?

>>> 저는 정치를 시작한 뒤로 끊임없이 혁신과 권력 분산을 얘기해 왔습니다. 제 신념과 철학입니다.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국회에서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분권형 대통령 제도를 얘기해 왔습니다.

이제 경기도지사가 됐으니 제가 주장한 혁신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는 게 바로 연정입니다. 제가 도지사가 됨으로써 경기도에서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인사권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야당에게 이것을 넘기면 여야가 협치를 할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독일이 부러웠습니다. 각국 정상 중에 유일하게 메르켈 독일 총리만 개막식에 왔습니다. 독일이 큰 나라이고 유럽의 중심인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독일이 대연정으로 권한을 장관들에게 위임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통일 과정 속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한 기반에는 연정을 통한 정치안정과 사회통합이 있었습니다. 독일의 연정을 근간으로, 우리 정치제도와 문화에 맞는 한국식 모델을 만들 것입니다.

■ 앞으로 도정을 이끌어 가실 텐데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할 업무는 무엇인가요?

>>>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으로 여러 모습을 가진 만큼, 경기도의 문제는 단편적인 것이 아닙니다. 도민들의 생활이 팍팍하고 어려운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필수조건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따뜻한 공동체 복원’이라는 충분조건이 함께 갖추어져야 도민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저의 대표 공약 ‘따복마을’은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교육, 복지, 노인, 저출산, 일자리 등 경기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좋은 정책입니다. 경기도 곳곳에 따복마을을 만들어 도민들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사회적 일자리도 창출하겠습니다.

■ 앞으로 강득구 도의장과 많은 업무 협조를 해야 할 텐데 도지사님은 도 의장과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어떤 각오로 업무에 임하실 건가요?

>>> 어떤 정책이든, 최선이자 최우선은 먼저 도의회와 상의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도의회와 협의를 통해 밑그림을 그리고 난 후 진행하겠습니다. 제가 국회의원 때 비판했던 것이 있습니다. ‘왜 국회가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느냐, 왜 정부는 먼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나중에 국회에 통보해 주느냐’ 하는 문제제기였습니다. 그 잣대를 저에게 그대로 적용하겠습니다.

예산을 세우고, 정책을 집행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모든 과정에는 여야 간의 타협, 협상이 중요합니다. 타협이 없으면 이런 사안들이 그냥 무산되거나 하염없이 늦춰집니다. 정공법은 도의회, 야당과 협의하는 것입니다. 먼저 협의를 한다면, 예산이나 정책 등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은 오히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도민 행복이라는 최상의 가치를 위해, 이념이나 정파를 떠나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 도지사님은 민생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가지고 계신지요?

>>> 경기도정의 큰 목표는 일자리 넘치는 안전하고 따뜻한 경기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저는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을 경기도에서 펼칠 것입니다. 사회적 시장경제라 하면 유럽의 진보나 좌파가 하는 이야기 아닌가 할 수 있는데 독일의 보수 진영이 만든 것입니다. 독일은 시장경제를 보완할 방안으로, 사회적 가치를 시장경제에 집어넣었습니다. 그 결과 독일은 성장도 엄청나고 분배와 복지에서도 최고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그게 시장경제와 결합됐을 때 사회적 시장경제가 탄생되는 것입니다. 저도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줄 것입니다.

또한 성장도 필요합니다. 빅파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IT 기반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문화콘텐츠에 기반한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습니다. 서울에 근접한 판교·광교 테크노밸리 등에 지식집약산업, 바이오·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할 생각입니다. 특히 의료 분야는 의료서비스, 의료산업, 의료기기, 의료관광 등 앞으로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의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경기도를 창조경제를 실현시키는 메카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또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경기 북부에는 생활형, 지역특화형 경제발전 전략을 세우겠습니다. 양주, 포천 지역에는 이미 패션산업이 자생적으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북한의 개성공단과도 연결하고, 패션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산지가 아닌 판매와 엔터테인먼트까지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렇게 북부 지역에 자생 중인 산업을 발굴하고, 투자 유치와 일자리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 도지사님은 세월호 사건 이후 도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애를 많이 쓰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실 건가요?

>>> 세월호 참사 후 진도 팽목항에서 머물던 12일 동안,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모두 기록해 두었습니다. 첫날 허둥지둥하던 모습부터 시작해서 부처 간 소통이 안 돼 다투던 모습 등, 문제점을 다 기록해 두었다가 생명안전망 대책을 세우는 기초로 삼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만약 최고 현장지휘자가 와서 메가폰 쥐고 “빨리 해경들은 배로 투입해서 아이들을 구하라” 했으면 아이들을 많이 구했을 것입니다. 배가 뒤집혀서 가라앉을 때에도 “빨리 유리창 깨고 들어가서 아이들 구하라” 했어야 합니다. 경기도는 5분 대기조 책임자가 현장에 가서 생명을 지킬 것입니다. 빅데이터를 안전문제 예방, 점검에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지난 17일 민선 6기 출범 첫 조직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재난안전기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둔 개편안입니다. 그동안은 지휘체계가 분산돼 있었습니다. 도지사 직속으로 소방재난본부를 두고, 안전기획관을 신설해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는 게 골자입니다. 예방과 점검, 대응, 복구 등 재난안전업무를 소방재난본부에서 총괄하는 안전 컨트롤 타워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그동안 대한민국 내부에 쌓여온 갖은 모순들이 결합돼서 일어난 일입니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한민국에 더 이상 비극적인 인재가 일어나지 않게 됐다’는 역사적인 평가를 꼭 해 드리는 것입니다.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을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필부함원 손상천화(匹夫含怨 損傷天和)’라는 정조대왕의 말씀을 가슴에 늘 품고 있습니다.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함을 가지면 하늘의 조화가 손상된다’는 뜻입니다. 도민 한 분 한 분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도민의 행복을 위해 현장에서 뛰는 도지사가 되겠습니다.

경기도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이라 합의 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갈등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응원해 주십시오.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 광역버스 입석금지 등 수도권 출퇴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교통정책 방향에 대한 구상은?

>>> 7월 16일부터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출퇴근 현장에 나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입석금지 전, 조치 당일과 다음날, 그리고 일주일 되던 날 직접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정류장에 서서 20분쯤 됐을 때는 양말까지 다 젖었습니다. 도민들의 불편을 직접 겪어 보고 그분들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보는 게 중요합니다. 정류장도 다음 정류소와의 거리, 지하철역과의 거리 등에 따라 상황이 다 다릅니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 따라 주민들의 선택도 계속, 빠르게 달라지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정말 치밀하게 해야 합니다. 꾸준히 모니터를 하면 의미 있는 데이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간별 대책을 세워 동시에 구상 중입니다. 우선 현장대응팀을 주요 정류소에 배치해 출퇴근길을 모니터하고, 재량권을 부여해 탄력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버스도 계속 증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굿모닝 버스’가 될 것입니다. ‘굿모닝 버스’는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부터 말씀드린 공약인데, 입석금지가 시행되며 필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경기도와 서울에 멀티환승터미널을 만들어 2분마다 한 대씩 출발하도록 하는 ‘굿모닝 버스’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좌석예약도 가능한 앉아가는 버스로 구상 중입니다.

■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아닌 자연인 남경필의 삶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서민의 삶을 모르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삶을 보면서 제가 가야 할 길을 그리고 있습니다. 정치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친서민적인 복지 정책을 폈던 루스벨트를 존경합니다. 루스벨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본받고 실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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