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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김용호 기자) 우리나라 7대 종단 중의 하나로 한국 유림의 총본산인 성균관의 서정기 관장이 성균관을 재건하고 실추한 유림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내세운 ‘오령설’이 오히려 '오령교 교주' 파문을 일으키며 유림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서 관장이 세계최초로 창시했다는 오령설의 오령(五靈)은 용(龍), 봉(鳳), 란(鸞), 린(麟), 귀(龜)를 일컫는데 오령이 실제 출현하는 이상세계를 건설하자는 것으로서 오령은 신성한 세계를 영원히 경영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 관장은 공자가 이루지 못한 이 이상세계를 자신이 이루겠다는 오령설을 기반으로 한 '도덕부흥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사이비 신흥종교의 논리와?같은 맥락으로 비치고 있다.

기독교단에서는 예수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신이 이루겠다며 메시아나 재림예수를 유사하게 자칭하거나 새로운 성경적 논리를 내세우면 이단으로 분류한다. 이런 형태가 그대로 유교에서 재현된 듯 서 관장은 유교의 이단으로 지목받고 있다.

서울일보는 지난 13일 ‘성균관장, 사이비 신흥종교 ’오령교‘ 교주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논란의 실태를 단독 보도했다. 당시 논란을 보도한 것은 오령의 출현을 기대하는 도덕부흥운동을 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전개하고 있다는 서 관장의 말 때문이다.

도덕부흥운동을 한다며 배포하는 자료집의 첫 번째 제목은 ‘이상세계의 상징 오령설’이다. 국비를 가지고 이를 선전하는 이상, 한 종교단체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유림조차 사이비 신흥종교라고 지목하고 반발하는 문제를 단지 ‘도덕부흥운동’이라는 말만으로 국비를 지원할 수는 없다.

서 관장 측은 사이비 신흥종교 교주 논란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혹은 욕설로 보이는 성명을 성균관 총무처 이름으로 발표하고 이를 언론에 배포했다. 도덕과 염치를 얘기하는 성균관으로서는 특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다. 성명 발표 이후 성균관 기관지인 유교신문에는 성명서에 반하는 유림의 특별기고문이 실렸다. 서 관장의 신흥종교 교주 논란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그 전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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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 某는 道家의 眞人인가? 박수무당인가?

아래는『孟子』에 나오는 말씀이다.

“孔子曰 惡似而非者하노니 惡?는 恐其亂苗也오 惡?은 恐其亂義也오 惡利口는 恐其亂信也오 惡鄭聲은 恐其亂樂也오 惡紫는 恐其亂朱也 惡鄕原은 恐其亂德也라 하시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참된 것 같으면서 참되지 않은 사이비를 싫어한다. 가령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의 싹과 혼동될까 두렵기 때문이고, 말을 잘 둘러대는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의를 어지럽힐까 두렵기 때문이고, 구변이 좋은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신의를 어지럽힐까 두렵기 때문이고, 정나라의 음란한 음악을 미워하는 것은 아악을 어지럽힐까 두렵기 때문이고, 자줏빛을 미워하는 것은 정색(正色)인 주홍빛과 혼동될까 두렵기 때문이고, 향원을 미워하는 것은 덕을 어지럽힐까 두렵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이것이 성인께서 사이비를 미워하신 이유이며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무슨 일이든지 간에 시작 단계에서의 호리(毫釐)의 차이가 생기게 되면 결국에는 천 리의 간격을 벌려 놓는 것이다. 사문(斯文)은 지금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후세에 사문들의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한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언제부터 성균관이 오령(五靈)을 운운하는 사이비 단체로 전락하였단 말인가?

공맹을 비롯한 성균관과 각 지방 향교에서 모시는 39위의 성현대유(聖賢大儒) 가운데 그 어떤 분도 오령을 주장했었다는 이야기를 본인은 과문하여 들은 바가 없다.

그럼 지금부터 오령의 근원을 천착해 보자.

오령이란 원래 도가(道家)의 서책으로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 등의 이단설이 주된 내용인『회남자(淮南子)』와 유가의 위서(緯書)인 『상서위(尙書緯)』에 그 어원을 둔다 할 것이다.

사마씨를 도와 삼국을 통일한 두예(杜預)?봤疎償쩐씬禍뻤??【?공자님의 말씀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위의 학설을 빌어 "기린과 봉황 등의 오령은 왕의 아름다운 조짐이다(麟鳳五靈,王者之嘉瑞也)"라는 말을 썼으며, 공영달이『춘추좌전정의(春秋左傳正義)』에서 두예의 글을 보충 설명하는 과정에서 린(麟)、봉(鳳)、구(龜)、용(龍)、백호(白虎) 이 다섯 가지는 신령한 조수(鳥獸)니 왕의 아름다운 조짐이다(麟、鳳、龜、龍、白虎,五者,神靈之鳥獸,王者之嘉瑞也)라고 부연(敷衍)하고 있다.

도가 서적과 단지 『춘추좌씨전』의 서문에 2번 언급된 것,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이른바 오령에 관한 기록의 전부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또한 서 모의 오령과는 종류가 다르다.

성현대유는 물론이거니와 『한국문집총간』, 『조선왕조실록』 등등에서도 나는 오령이라는 유가이론을 본 적이 없다.

단지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의 한 분이신 상촌 신흠선생께서 「도가경의설(道家經義說:도교의 경전 뜻을 설명, 象村稿 卷之三十三)」에서 오령을 도가 용어로 정의하신 글은 찾을 수 있었다.

그럼 유가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는 오령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중국의 백과사전에서는 오령을 단지 오행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만에는 오령법사(五靈法師)가 있어 돈을 받고 부적을 만들어 주고 법술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있다.

또한, 인터넷상으로 오령을 검색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유일무이하게 서 모가 주장하는 학설들만 난무하고, 중국에서는 박수무당 같은 이들이 오령법사라고 설치고 있으며, 또한 괴상한 불상 비슷한 것을 오령이라고 칭하며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는 도가나 이단들의 모임에서 신성시하는 그런 잡신이라는 느낌에 다름이 아니다.

‘중화도교현천상제홍도협회(中華道敎玄天上帝弘道協會)’ 등에서는 그럴듯하게 오령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올리고 있으나 이 또한 방문좌도이므로 본인은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도 않다.

대한민국 유림의 자부심이라면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에서조차 단절된 공부자의 도를 이어받아 현재까지 성균관 및 향교, 각 서원 및 사우에서 초하루 보름 삭망례를 비롯하여 단절 없이 향사(享祀)를 계속한 것이며, 이런 우리의 모성지심(慕聖之心)과 선현에 대한 공경지심(恭敬之心)이 세계인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불교국가도 기독교국가도 아닌 유교국가로 인정하게 된 이유이다.

유림들이여!

사문은 현재 누란지위(累卵之危)에 놓여 있다. 찬란했던 공부자의 도가 몰지각한 일부(一夫)에 의해 그 맥(脈)이 끊기게 된 현시점에서 안일하게 수수방관만 해서는 우리 모두 같은 죄인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단을 전공하면 이것은 해롭게 될 뿐이다(子曰 攻乎異端이면 斯害也已니라)"라고 하셨다.

맹자께서도 "말로 (이단의 무리인) 양주·묵적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성인의 무리이다(能言距楊墨者는 聖人之徒也니라)"라고 하셨으니, 이단과 시비를 분명히 구분하고 내외에 천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요, 공부자의 죄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떠한 신흥종교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없다. 교묘하게 기존의 종교에 사이비의 사설(邪說)을 집어넣기 때문에 그럴듯하여 민중이 속는 것이고 그러므로 공자께서 사이비를 가짜보다 더 미워하신 것이다.

나는 감히 서 모에게 공개 질의하고자 한다.

-. 오령(五靈)은 어디에 근거한 유가의 학설인지 근거를 제시해 달라.

(『예기』의 4령은 숫자부터 다르니 견강부회(牽强附會)하지 말고 굳이 『예기』로 설명하려면 색은행괴(索隱行怪)하지 말고 선현대유의 설을 제시해 줄 것.)

-. 성균관에 모신 39위의 성현대유 가운데 오령을 주장한 분이 계시는가?

-. 서 모가 말하는 오령과 도가 서적인 『회남자』에서 주장하는 오령, 『상서위』에서 주장하는 오령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동일하다면 서 모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교와 유교를 합한 도유교(道儒敎)의 창시인가?

-. 공영달의『춘추좌전정의(春秋左傳正義)』에 나오는 오령[린(麟)、봉(鳳)、구(龜)、용(龍)、백호(白虎)]과 귀하의 오령[용(龍), 봉(鳳), 란(鸞), 린(麟), 구(龜)]이 다른데, 그 다른 이유는 서 씨의 독창적인 견해인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유가경전에 근거한 바가 있는가?

-. 유림의 돈으로 비싼 대관료를 지불하면서 전시하고 있는 오령서전 작품과 중국의 오령도사가 판매하는 부적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선조들이 성균관의 비천당과 일양재, 벽입재를 건립하여 사문을 진작하고 이단을 배척한 참된 의미에 대해 성찰해 본 적이 있는가?

-.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선성선현과 사문에 석고대죄하고 반성할 뜻은 없는가?

※ 참고로 유림께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맹자께서 천자(天子)일지라도 인의(仁義)를 해친 적자(賊子)는 단지 일부(一夫)에 지나지 않는다 하였으니 서 모는 맹자의 미언대의(微言大義)에 근거하여 관장의 호칭을 생략하고 일부로 대접하였음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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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기 관장은 성균관장이 되기 전 유교권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로 동양문화연구소라는 단체의 대표였다. 지난해 성균관에서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으로 문제가 일자 전임 관장의 법적 처벌을 앞장서서 주장했었다. 전임 관장의 구속 당시에는 재판부에 감사의 글까지 보냈다.

서 관장은 여세를 몰아 올해 3월 성균관장에 선출됐다. 취임한 서 관장은 기존의 성균관 직원을 대부분 내보내고 자신의 동양문화연구소 사람으로 성균관 핵심 조직인 총무처를 비롯해 전례위원회 등 각 산하조직을 장악했다.

서 관장은 와중에 자신의 첫 서예작품전이라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전시실을 빌려 ‘오령서전’을 개최했다. 서 관장은 이 오령서전의 행사 목적이 도덕부흥운동 임을 널리 알리고, 기금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 관장의 첫 서예작품전은 이미 지난 2월 동인문화원이라는 곳의 강의실에서 열린바 있다.

팸플릿에는 10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안내했었지만, 전시품들은 오령[五靈: 용(龍), 봉(鳳), 란(鸞), 린(麟), 귀(龜)] 다섯 글자를 쓴 것으로 모두 동일했다. 작품도 전지에 쓴 것을 벽면에 압정으로 고정했다. 서 관장은 ‘대장부체, 군자체, 자연인체’라는 생소한 이름을 붙였지만, 평가는 냉담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 질문에는 주변 사람 대부분이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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