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중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 22일 서울도 아닌 부산으로 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을 하고 회담 직후 중국으로 돌아갔다.

예정된 방한이었으나, 청와대 관심은 시진핑 방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연내 방한 불가로 나타났으며, 중요한 문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대립관계를 넘어 적대적 관계로 가고 있는 가운데“미국편에 줄 서지 말라!”는 것이 객관적 분석이다.

우리 측 정부는 남북대화를 위한 중국 측 지원을 요청하고, 중국측은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의 중국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 21일 부산에 도착한 양제츠는 1박 2일의 일정 가운데 22일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서훈 실장과 면담시간은 오찬을 겸한 시간은 총 5시간 50분 정도다.

문재인 정부가 간절하게 바랐던 시진핑 주석의 한국방문은 이미 물 건너갔다. 청와대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조기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했고, 중국 측은 “한국이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국가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은 달랐다. 시 주석 방한 대목에 대해 “공동으로 노력해 고위층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다고만 했다. 또한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는 청와대의 언급은 중국 측 자료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하여 이렇게 한중간의 표현이 다른 것은 쉽게 표현하자면, 중국 측이 한국에 제시한 여러 조건이나 과제들에 대해 한국 측의 태도를 봐 가면서 방한 시점도 고려하겠다는 발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예측은 양제츠가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온다고 했을 때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은 힘들다는 것이다. 11월말 한-중-일정상회담이 있기는 하나 그 회담에는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다. 그렇다면 시 주석은 11월 전후로 한국에 오기는 힘들다.

중국 수뇌부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나라를 방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도 안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정작 중국측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한국이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요구였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양제츠 위원이 서훈 실장에게 “중-미 관계의 원칙적인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직 간접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화웨이 제재 동참,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배치, 홍콩과 대만 등 ‘하나의 중국’ 관련 대중 압박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미뤄왔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 중의 경제적 군사적 적대관계가 시작된 시점에서 중요한 선택의 귀로에 서 있다. 중국을 G2국가로 부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공산당을 제거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중국공산당이 경제성장과 더불어 차츰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을 믿고 중국을 적극 지원해왔던 미국이 왜 중국공산당을 제거대상이라고 선포했을까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패권국가인 미국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산업 스파이 활동이 난무하고, 군사적으로는 ‘일대일로’를 표방한 약소국가들에 대한 위협과, 공해상에 인공 섬을 만들고, 군사기지를 만들어 태평양의 자유 항해를 위협하고, 민주국가인 대만을 무력 침공할 움직임을 보이고, 홍콩의 중국보안법을 만들어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문 정부는 중국의 협조를 받아 남북관계 숨통을 트고 싶어 친중 노선을 걷고 있지만, 중국은 절대 한반도에 평화통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국가다. 남북관계를 위해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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