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보내 아이 망치는 경우 꽤 있다



<10> 특목고에 보내서 아이를 망치는 경우

중학교 성적은 학원에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달달 외우게 하거나 예상문제를 많이 풀면 중학교 성적은 쉽게 올릴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공부하지 않던 아이들은 고등학교 올라가면 자기 실력이 들통 납니다. 중학교 때는 전교에서 1~2등을 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힘을 못 쓰는 아이들은 대개 이런 케이스입니다. 중학교 때는 전교 1등이었고, 그 성적으로 특목고에 진학했는데 첫 시험에서 하위권에 떨어져 충격을 받는 거지요.

그러니까 중학교 때는 성적 안 나온다고 고민하지 말고, 멀리 보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전교 10등 안에만 들면 전국에서 1만5000명에서 2만 명 안에 들고, 이른바 인서울 4년제에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이 계속 열심히 하면 서울대에 가는 아이들이 됩니다. 단, 학원에서 만들어준 등수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해서 만든 등수여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10등 안에 드는데, 스스로 공부해서 만든 건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요즘 학원 안 다니는 아이가 없고, 학원에서는 전부 내신 대비로 족보도 뽑아주는데 말입니다. 학원 다니면서 좋은 성적 올리는 아이들 중에서 20% 정도는 학원 수업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입니다. 나머지 80%는 학원 수업만 하는 아이들이지요.

우리 애는 둘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는 공부하는 모습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엄마도 알 겁니다. “저 녀석이 어떻게 저런 성적이 나오지?” 싶은 아이들은 80%에 속합니다.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아이는 20%에 속합니다.

서울대가 내신을 중요하게 보면서 공부 안 해도 머리만 좋으면 서울대 가는 케이스는 이제 없습니다. 내신은 머리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신을 잘 받으려면 선생님 수업을 열심히 듣고 정리를 잘해서 외워야 합니다. 머리보다는 성실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상위권에서도 평소 꼼꼼히 하는 아이들만이 서울대에 갈 가능성 있습니다.

내신 등수보다는 평균 등급이 중요한데 문과는 1점대 초반, 이과는 1점대 후반까지도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국제고나 특목고에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중요한 것은 아이 위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엄마 생각으로, 엄마 욕심으로 좋은 학교 보내 봐야 아이가 잘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이가 의지가 있고 스트레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 특목고에 보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반면 경쟁을 힘들어하고 칭찬에 익숙한 아이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서울대에 몇십 명씩 보내는 학교에는 그만큼 서울대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입니다. 그 사이에서 경쟁하면서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서울대 많이 간 학교가 공부하는 분위기도 좋으니까, 특목고에 보내면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할 거로 생각하는 엄마가 많습니다. 하지만 항상 전교 1등만 하던 아이가 처음 보는 등수를 받고 열등생이 되면 공부를 놔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서울대는 아니라도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던 아이가 4년제도 못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지방에서 공부해서 전교 1등을 하면 서울대 갈 가능성 크지만, 유명한 학교에서 중간을 하면 서울대를 못 갑니다. 꼭 유명 학교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목고에 보내도 될지는 아이 성향을 봐서 결정해야 합니다. 칭찬하면 잘하는 아이가 있고 자존심을 건드리면 분발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후자가 특목고에 가면 적응을 잘하고 열심히 합니다. 특목고에 보내서 아이를 망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서울대는 못 가도 연고대는 갈 수 있었던 아이가 제대로 놀아버리는 경우입니다. 자기가 서울대에 못 간 것은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안 해서라는 핑계를 대기 위해서지요.

한편 자존심 때문에 망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같이 공부하던 아이들이 서울대, 연고대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자기도 그 정도는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5수, 6수를 계속하다가 인생을 망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 분위기 좋고 서울대 많이 간다고 아이를 무조건 특목고에 보냈다가는 망가지는 절반에 속할 수 있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실력보다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자녀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 의지로 특목고에 가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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