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최근 정의기억연대 윤미향에 대한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국내여론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비례대표의원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내 중진의원들이 윤미향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윤미향의 ‘정의연’ 회계부정의혹, 모금한 돈의 행방 안성쉼터매입 등 많은 의혹이 줄줄이 나타나,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등 본격적이 조사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의 발언은 이 문제를 정치적 진영논리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윤지오 사건을 보는 것 같다. 문재인대통령은 2019년 3월18일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윤지오가 나타남으로 해서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을 보고받고“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한 다음부터 윤지오가 크게 부상했다. JTBC, 김어준 방송 등 좌파언론들 집중 조명을 받고 있었으며, 또 안민석 국회의원 등 민주당 차원에서 2019년 4월8일 국회 문체부 소회의실에서 ‘윤지오 초청 간담회’까지 열어 집중 비호했다,

윤지오는 캐나다로 도피하여 인터폴의 적색수배자가 되고, 대법원은 윤지오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관련자들을 최근 무죄 확정한 것이다.

문제는 윤지오는 많은 후원금을 받아 챙기고, 민주당 의원들의 보호를 받고,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아가며 사기극을 벌여 온 국민을 실망시켰으며, 대법원 판결에서 고 장자연 사건관련자들이 윤지오의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확정 판결이 났는데도 사과하는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지오와 윤미향은 사건의 유사점이 많다. 청와대와 여당이 비호하고, 당당사자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공개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씨와 관련, “요즘 정의기억연대와 관련된 활동에 많은 논란이 있는데 30년을 활동하며 잘못도 있고 부족함도 있을 수 있다”며,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운동 방식과 공과에 대한 여러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30여년 활동이 정쟁 대상이 되거나 악의적 폄훼되거나 우파들의 악용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잘못이 있다면 사실에 기반 해야지 신상 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관계 당국이 최대한 신속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 주시고 국민들도 시시비비를 보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본질과 관계없는 사사로운 부분으로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성숙한 민주사회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성숙한 민주 사회로 도약할 수 있게 모든 부문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누가 봐도 자당의 윤미향 편을 드는 말로 들린다. 나꼼수 출신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5월26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기자회견문을 읽어 보면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김어준씨는 이미 5월13일 윤미향 당시당선인을 자신의 방송에 출연시켜 해명 기회를 주면서 감싼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는 “원래 음모론자들은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라 상상의 왕국에 거주하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김어준이나 이해찬 대표나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을 전혀 믿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해찬 대표는 윤미향 더러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말라’고 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비평했다.

지금 민주당김태년 원내대표, 우상호 전원내대표 등 중진의원 16명이 나서 윤미향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친일 반 평화세력들의 부당한 공세”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윤미향은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과 안성쉼터 매입의혹, 후원금 변칙처리의혹을 말하는 것이지 ‘신상털기’라는 것이 근본 문제가 아니다. 신상 털기가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을 앵벌이로 이용해 자신이 치부했다는 것이지 정상적인 시민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재정 관리의 투명성 영역에서 모금과 정부보조금에 있어 이미 수많은 비리들과 은폐, 그리고 윤미향의 불법 치부 등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을 단순한 ‘신상 털기’라고 보는 이해찬 대표의 시각은 진영논리로 이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는 “본질과 관계없는 사사로운 부분으로 과장된 보도가 나왔다”고 했는데, 가장 중요한 본질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중심이 된 활동이 아니라 윤미향 중심의 활동이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데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정의기억연대가 할머니들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윤미향이 중심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 마음대로 돈 쓰고 활동해도 된다는 것인가?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직후인 5월 26일 친여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윤미향의 거취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는데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70.4%로 압도적이다. 이해찬 대표가 이러한 국민여론을 무시해버린다면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격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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