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 기자)= 5월 20일, 일제 강점기라는 비운의 역사 속에 태동한 한국 경마가 어느덧 98번째 생일을 맞았다.

경마의 날은 한국 경마의 탄생을 의미한다. 1922년 우리나라 최초의 경마 시행체로 탄생한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는 같은 해 5월 20~21일 첫 경마를 개최했다. 이 날을 근대적 의미의 한국 경마가 태동하게 된 날로 기념하기 위해 한국마사회는 1995년부터 5월 20일을 ‘경마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경마의 날이 제정된 1995년 5월에는 서울 경마공원에서 경마 고객과 유관 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제1회 경마문화제’가 개최됐다. 당시 경마문화제는 새로운 경마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경마의 날을 전후로 열렸는데 고객들이 참여하는 경마팬의 날(5월 25일), 애마사진전, 애마주부가요제 등 다채로운 행사가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 간 펼쳐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로 온 나라가 뜨겁던 시기, 여든 번째 경마의 날 또한 조금 특별하게 맞이했다. 4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신관람대(럭키빌) 개장을 기념해 5월 16일 열린 경마의 날 기념식 행사에는 서울 경마공원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날이기도 했다. 경마팬들에게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관람환경을 제공하고 경마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추진된 관람대 증축으로 만성적인 과밀 해소는 물론 질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2005년에는 한국마사회에서 5월 20일인 경마의 날부터 27일까지 제30회 ARC(Asian Racing Conference)를 개최하며 세계 경마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시대를 열었다. 국제기수초청경주대회, 마술쇼, 격구 시연 등 10주년을 맞은 경마문화제도 ARC 기간과 함께 펼쳐져 경마팬들에게 화려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했다.

이처럼 한국마사회 뿐만 아니라 경마인들 모두의 축제기도 했던 경마의 날은 한국 경마의 발자취와 언제나 함께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경마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대였다. 2009년에는 환급률 인상, 삼복승식 시행, 승군점수제 도입 등 대폭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냈다.

이러한 노력을 발판으로 한국 경마는 질적 성장을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4년 싱가포르에 최초로 한국 경주를 수출한 이후 현재 14개 국가에 경주 실황을 수출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발생하는 매출 또한 수출 첫 해인 2014년 대비 4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시장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9년 베트남 건설·레저 기업과 자문 계약을 체결하여 경마사업 추진을 위한 컨설팅 용역을 수행 중이며 그 외 북방 국가들과도 경마 시스템 수출 협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국제 경주에 출전한 말들의 우수한 성적도 눈에 띈다. 2019년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 결승까지 진출한 ‘돌콩’과 미국 브리더스컵에 출전해 한국 경주마 최초로 3위 입상에 성공한 ‘블루치퍼’까지 한국 경주마의 눈부신 성장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쉴 새 없이 달려온 한국경마는 어느덧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매년 경마의 날이면 임직원과 유관단체 관계자들을 초대해 기념식을 개최하고 경마 시행의 의의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등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경마인들에게는 가장 큰 연례행사의 하나인 만큼 김낙순 회장을 비롯한 한국마사회 임직원과 유관단체장들이 참석해 매년 자리를 빛내고 있다. 경마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포상 또한 시행되며 경마에 헌신한 말들을 위로하는 위령제와 무사고 기원제도 함께 치러진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생활 속 거리두기 준수 및 경마 재개 시까지의 방역을 고려, 확산 방지를 위해 별도의 축하 행사와 말 위령제, 무사고 기원제는 열리지 않았다.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한국 경마의 발자취라고도 할 수 있는 경마의 날이 벌써 98번째를 맞이했다니 놀랍고도 경이로울 따름이다’며  ‘지금까지의 100년을 함께 달려온 만큼 이제는 마사회와 유관단체 그리고 고객들이 앞으로의 100주년을 준비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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