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도한우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20대 국회 마무리와 함께 명예퇴직을 앞두고 아쉬움은 남아도 나의 정치 인생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 하루하루 쌓아올린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필 전 총리가 '정치는 허업'이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나날이었다고 회고하고 '말짱 도루묵 인생이 아니었나 하는 깊은 회한도 있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1988년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한지 33년 만이다.

문 의장은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민주연합청년동지회 중앙회장 등 학생운동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에서 탈락되기도 했다.

문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1979년 동교동 지하서재에서 처음 만난 날 그 모습이 지금도 강렬하고 또렷하게 남아있다"며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 그 말씀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모든 것을 걸고 이뤄야할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졌다. 그리고 1997년 12월19일 김대중 대통령님이 당선됐다"며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현실이 됐고 이로써 저의 목표는 모두 다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주당 소속으로 의정부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한 문 의장은 15대 낙선을 제외하고 20대 총선까지 6선 의원을 지냈다.

DJ의 대통령 당선으로 모든 목표를 이뤘다는 문 의장은 그 이후의 인생을 '덤'이었다고 표현하면서도 "그런데 돌아보니 덤치고는 너무 후한 정치인생을 걸어왔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수석 등으로 일한 데 이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을 맡아 당선에 기여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 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면서 당시 민정수석 문재인과 함께 참여정부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당내 입지 구축으로 2005년 열리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됐고 2008년 18대 전반기 국회에서 부의장직을 지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참패한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16년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경선에서 당시 정세균·박병석 의원과의 3자 대결에서 낙선했다가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 경선에 재도전해 마침내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다.

문 의장은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다섯 정부에서 제게 역할이 주어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후보는 후덕한 외모에도 정국 현안에 대한 분석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혁적인 성향의 의원들과 다소 보수적인 중진들과의 소통에도 능해 여야 모두에 두루 지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공수처 등 검찰개혁과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장이 편파적으로 의사진행을 했다며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문희상 정치의 출발은 1980년 봄 "젊은 문희상이 품었던 꿈은 지금도 살아있다"며 '팍스 코리아나'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문 의장은 "저의 정치는 팍스 코리아나로부터 출발했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당찬 포부였다"며 "한국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습니다. 국민의 힘과 한국사회의 역량은 강화되어 어떠한 국난도 능히 극복해내는 강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팍스 아시아나의 시대에는 한국·중국·일본 3국 서로 양보하며 협력속의 경쟁이 필연이다. 그 안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팍스 코리아나의 꿈을 실현하고 우뚝 서기를 저는 염원한다"며 "몸은 떠나도 문희상의 꿈,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서있는 지금, 나는 몹시 떨린다. 국회의장직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 자체였던 국회와 정치를 떠난다는 두려움일 것"이라며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늘 그렇듯이 다가올 낯선 미래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설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문 의장은 국회의장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한다.

앞서 문 의장은 전날(20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제20대 국회는 저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국회의장 임기 2년, 24년의 6선 국회의원 생활에 더해 정계를 은퇴하는 마지막 국회였다"며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최후의 보루'라는 믿음을 간직한 의회주의자로 남아 있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이제 의정부로 돌아갈 시간이다’며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면서 고맙고 또 고맙고 감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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