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장 경위 이영제

과거에 왕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던 시대가 있었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격언처럼 권력의 독점은 권한 남용, 부정부패, 인권 침해 등 폐해를 낳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했다.

따라서 국가권력은 그 기능을 분리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권력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되고 서로 견제해야만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형벌권을 실현하는 사법제도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한 사람이 수사, 기소, 재판 모두를 하는 소위 ‘사또 재판’이 이루어졌지만 오랜 권력분립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 대부분 국가는 수사, 기소, 재판으로 기능을 나누고 이를 경찰, 검찰, 법원을 분산시켰다.

그럼 현재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는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기소 기관인 검찰이 수사까지 장악함으로써 형사절차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권한이 집중된 수사구조는 사건을 왜곡시키고 특권과 반칙을 만들어 우리 사회 전반에 폐해를 남기고 있다. 이렇게 한 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킨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시대 유물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수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조선총독부를 정점으로 조선을 지배했던 그들에게는 견제와 균형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시민의 권리와 자유 보장이 아니라 식민지 수탈과 탄압이었다. 광복 이후 식민지 형사사법제도는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 그대로 이어졌다.

민주주의의 성장과 함께 형사사법제도도 차츰 발전했지만, 검찰에게 권한이 집중된 근본적인 구조는 그대로 남아 끊임없이 폐단을 낳고 있다.

견제와 균형이 없는 제도 때문에 쌓여왔던 적폐가 드러났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우리나라 국민 70% 가까이는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 국정과제에서도 견제와 균형을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형사사법제도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가지 방법을 들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다.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여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 업무에 전념시켜 각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수사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검찰이 독점하는 영장청구제도의 개선이다.

영장 발부는 법원의 권한이므로 과거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경찰이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었지만 1961년 군사정변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에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하도록 헌법에 규정하면서 검사의 권한이 강화되었다.

이제는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개헌과 법 개정을 통해 예전처럼 경찰이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심사하여 발부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경찰개혁이다.

2017년 6월 경찰청은 외부전문가 19명으로 구성한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였다. 경찰개혁위원회가 6개월간 논의 끝에 발표한 인권보호, 수사개혁, 자치경찰 세 가지 분야의 개혁 권고안은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자 나침반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영장청구제도 개선, 그리고 경찰개혁. 이 세 가지가 수사구조개혁이며, 권한은 나누고 인권은 배가되는 민주주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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