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지난 4월 24일 현재 서울과 경기 등 광역자치단체가 결정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 한 가운데, 정부 지원금을 놓고 아직도 설왕설래 하고 있는 것은 자발적 기부 식 재난지원금 방식이 제기되어 “스스로 부자라 생각하면 지원금 반납이라”는 희괴한 방식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 지급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잡은 재난지원금이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22일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되,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는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방안을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의 지원금을 일단 줄 테니 돈 많은 사람은 알아서 반납하라는 것과 같다.

이렇게 자발적 기부를 앞세우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내놓게 된 근본적 이유는 약 3조3400억 원의 추가 재원 조달 문제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하는 데는 9조6천630억 원이 들지만, 전 국민에게 지급하게 되면 약13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결국 3조 3천4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이 금액 대부분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여당 입장에서 재원은 없고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다 보니 부자 기부금 논란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에 긴급재난지원금은 기획재정부 안대로 “소득 하위 50%” 가구에 지원하겠다고 한 것을 받아들였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모든 복지 서비스가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신청과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총선을 염두 한 선거 포퓰리즘이 낳은 희한한 정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이 70% 확대를 꺼내면서부터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70% 범주에 누가 포함될 것인가의 문제, 선정에 있어서 불합리성, 특히 70% 언저리 계층의 불만이 쏟아지게 되고, 특히 수도권 선거에 불안을 느낀 정부여당이 전 국민 확대로 지급 대상을 늘려버린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해 놓고 보니 당장 재원 마련 문제가 불거졌다.

그래서 고소득층 기부금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며, 정부와 여당이 고작 짜낸 방법이 바로 전 국민에게 주되 기부를 받아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자는 것인데, 정책이라고 하기 에는 졸속이고, 행정편의적인 대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나라를 협찬으로 운영하느냐”며, 거부한 것이다.

문제는 범정부적 대국민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3조원이 기부금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때 가서 국채를 더 발행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후원금이 남으면 발행한 국채를 사 들인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신민단체와 같은 조직도 아닌 국가 재정 집행을 이렇게 불확실하게 집행한다면 누가 신뢰하겠는가? 특히, 국민적 캠페인을 벌인 가운데 공무원들이 제일먼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의 장이나 간부들의 후원금을 내는 것을 보면, 예상했던 약3조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공무원이나 대기업들까지 확대되고, 준 조세성격을 가지게 될 수 있다.

또한 캠페인의 대상 제1순위에 공무원을 앞세우면 사실상 강제징수 후원금이 될 가능성을 배재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법정 기부금으로 인정해 연말정산에서 15% 세액공제 해 준다고 한다.

공무원들 신상은 재난지원금 수령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금방 드러날 수가 있다. 대기업들에게도 무언의 압박이나 다름없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여야의 깔끔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21대 총선결과는 민주당이 개헌 빼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초 거대정당이 되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야당 핑계대지 말고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을 해야만 한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금 쓸 수 없는 예산이 많을 테니 100조원의 항목을 조정해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이지, 국채를 발행해 돈을 나눠주자고 한 적 없다.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것을 보면서 여당이 합리적인 지원금이 되도록 책임 있는 재정집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저소득 계층의 긴급지원금 몇 십만 원은 고소득층의 몇 천만 원보다 더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 국민대상 지원금을 지급하여 국채발행도 모자라 후원금으로 충당하는 변칙적인 방법은 지양돼야하고, 전면 재검토하여 확실한 국가재정 집행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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